"절대평가 전환, 방향 맞지만 부작용 불가피"…학생부 비중도 커질 듯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10일 발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거나 아예 사라져 대입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전형 요소가 등장할 수 밖에 없고, 이 새로운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다시 사교육을 찾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학생과 학부모들 역시 새 제도에 대한 불안감과 수능 비중 약화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정이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과목은 현재처럼 표준점수와 백분위, 9등급(상대평가)을 제공하면 대학에서는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선발하더라도 변별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2안에 따라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할 경우 항상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부담이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소장은 "고교 재학 시절에 학생부에서 5등급 이하 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 기회가 거의 없어지고 검정고시 출신자나 고교 졸업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는 길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는 게 맞기는 하다"면서 "1안과 2안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한 시험에 두 가지 평가 잣대가 존재하는 1안보다는 오히려 2안이 낫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1안의 경우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학생들이 국어와 수학 등 변별력이 유지되는 상대평가 과목만 공부하는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2안에 대해서는 "수능 부담이 줄면서 학교 교육 정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대입이 학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내신 관리를 위한 사교육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2안 모두 문·이과 통합 취지에는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면서도 "수험생 부담 측면에서 이과 학생들의 수험 부담이 많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험생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겠지만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제2외국어·한문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문과형 학생들이, 과학탐구에서는 기존에 어려워했던 과학탐구Ⅱ 과목이 배제돼 이과 수험생들의 부담이 각각 덜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학종 비중을 늘리거나 새로운 전형을 도입하려 할 것이기에 학교 현장에 또 다른 폐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현재 중3 학생들은 당장 고교 진학시 일반고를 선택할지, 특목고를 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 대입 전략에 따라 진학할 학교도달라질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1안이 선택된다면 현 수능과 큰 차이가 없어 일반고든 특목고든 자신의 입시전략에 맞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된다"면서 "2안이 실행되면 고교 내신관리에 일절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진학할 학교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은 두 가지 모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교육 현안을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무리한 생각보다 공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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