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학생 이길 필요 없어져… 스스로 세운 목표와의 경쟁
변별력 우려도…"점진적 도입해야"vs"평가 요소 충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절대평가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학생들의 1점 단위의 점수 경쟁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동점자의 양산에 따른 변별력 부족으로 사교육 팽창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학년도 수능 개편안 시안'은 국어, 수학, 탐구영역에는 절대평가를 도입하지 않는 1안과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2안으로 구성됐다. 1안이 최종 선택되더라도 절대평가 과목이 기존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절대평가제에서 가장 유력한 점수 체계는 9등급제다. 예를 들어 91~100점은 모두 1등급으로 분류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그동안 성적이 91점인 학생이 95점, 100점을 맞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주위 학생들 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학생들이 이제는 스스로 목표 점수에 도달할 때까지만 공부하면 되는 셈"이라며 "보다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 학생들과 자유롭게 학습에 관한 논의도 하며 사회성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안의 경우 국어, 수학 등 주요과목은 여전히 상대평가 체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과목으로 점수 경쟁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개편안을 발표한 박춘란 교육부차관 역시 "1안을 도입할 경우 상대평가 과목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쏠리면서 다양한 수업 혁신이 힘들 수 있다"고 인정했다.
변별력 문제도 이후 입시 풍경을 바꿀 중요 요소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같은 등급을 받는 동점자가 폭증할 경우 자칫하면 대학 입시에서 극한의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1안을 통해 수능절대평가가 연착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명채 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대학별 고사를 지양하는 정책기조가 꾸준히 이어진 만큼 대학들이 논술과 지필고사식 면접 등을 함부로 도입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 입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일부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시장에선 이를 이유로 절대평가 자체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진정한 의미의 절대평가라면 통과와 탈락(Pass or Fail)만 있어야 한다"며 "현행 방식의 절대평가로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별력 문제는 일부 상위권 대학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 뿐 지나친 걱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절대평가의 난이도 조절과 지원 학과에 맞는 내신 과목의 일부 반영, 면접 등 변별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보다 편하게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 학생들이 자유로운 교육을 받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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