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이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ㆍ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이 적용된다. 이를 위해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유해를 극비리에 옮겨 수장(水葬)하는데 투입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다시 한반도에 배치된다.
2일 정부 관계자는 "미 항공모함인 칼빈슨호(CVN-70)와 로널드 레이건호(CVN-76) 2척이 동시에 UFG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5월 말 한반도 인근 해상에 전개되어 연합훈련을 한 지 70여 일 만에 다시 투입되는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비롯한 '레짐 체인지' 연습작전에 투입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을 두 차례 기습발사하면서 '레짐 체인지'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을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은 그동안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을 거치면서 일명 '참수작전'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우리 군에서는 쓰이지 않는 용어이지만 유사시 정예 특수전부대와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대량응징보복 개념을 발표하고 특수전 전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미 군당국은 이를 위해 UFG연습기간에 정식 작전계획(OPLAN)을 적용하기보다 레짐 체인지를 포함한 작전계획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연습 작전계획은 한반도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한 작전계획으로 올해는 작전계획 5029을 변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계 5029은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 6가지를 상정하고 있다. 즉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제3국 유출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이다. 한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작계 5029를 '키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 훈련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올해 UFG 연습에는 북한 수뇌부만 제거하는 작전까지 포함시켜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 등 미 특수부대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 정권을 갈아치운 일명 '오퍼레이션 에이잭스' 작전처럼 내부 쿠테타를 통한 비밀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후세인 정권 축출까지 이같은 유형의 작전을 15차례나 시도했다. 이중 9차례는 직접무력을 사용했고, 6차례는 쿠데타를 조장하거나 반군을 지원했다. 쿠테타로 실각한 콩고의 루뭄바 총리,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전군을 대상으로 UFG연습을 위한 사전교육을 진행중이며 일부 부대에는 올해 적용되는 연습작계에 대한 교육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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