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 "책임 떠넘기는 비난하는 미국 시도 근거없다"
사드 배치가 韓·주변국 긴장 고조시킨다며 美에 연일 날선 공세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러시아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한 미국을 향해 '문제는 미국'이라고 맞받아쳤다. 러시아는 자국 주재 외교관들을 내쫓겠다는 엄포에 이어 북한을 둘러싼 쟁점에서도 미국과 한 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와 중국에 떠넘기고 두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야망을 묵과한다고 비난하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시도는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또 "한국에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려는 행위가 관련국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는 러시아보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한반도와 주변국 긴장을 높이고 있는 미국의 행동이 더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외무부는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 무력 사용과 위협을 배제하고 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한반도 문제를 사전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공동 로드맵을 마련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기 위한 구체적 대화를 즉각 개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전날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안보리 제재 결의 논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다만 이 제재가 북한 경제를 고사(枯死)시키는 것이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8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경제적 조력자로서 역내 위협 증대와 세계정세 안정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해 러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중 755명이 러시아 내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의회에서 러시아 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미국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도널트 트럼프 정부의 혼란을 틈타 본격적인 미국 흔들기에 나서며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러시아가 국내 여론 반전을 위한 목적으로 미국과의 날선 대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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