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이냐, 숨이냐" 헷갈리는 소비자…안도한 LG생건 vs 발등에 불 SM

SM, 기념품 매장 'SUM' 간판 떼야…법원 "상표권 침해"
LG생활건강, 비로소 안도 "고객층 겹쳐…오인·혼동 여지"

SM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썸(SUM) 매장에서 숨(SU:M)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썸 매장에 타사 화장품 브랜드가 있으니 숨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정립에 큰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2015년 선보인 종합 브랜드 '썸'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숨'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SM은 썸 매장 운영과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고, LG생건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수 있게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숨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LG생활건강이 SM엔터테인먼트의 유통을 담당하는 SM브랜드마케팅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SM 측이 LG 측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SM 측에 'SUM'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11월부터 '숨37˚' 이나 'su:m37˚'을 화장품 브랜드로 사용했다. 전국의 백화점과 쇼핑몰, 면세점이나 전문 판매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2012년 말엔 일본, 지난해엔 중국 현지 백화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SM 측은 2015년 'SUM'이란 상호로 소속 연예인들의 기념품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SM이란 회사명에 수학의 집합 기호 'U'를 삽입해 만든 브랜드다. SUM 매장은 이후 식음료까지 판매하는 종합소매점으로 확대됐다. 이들 매장에선 'SUM' 상표가 들어간 각종 기념품 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등의 화장품도 함께 팔았다.

이로 인해 피해는 LG생건의 몫이였다. 소비자들의 혼란도 가중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썸 매장에서 타사 화장품 브랜드들을 팔면서 숨의 브랜드 이미지에 훼손이 가해졌다는 게 LG생건 측 설명이다. LG생건이 일본과 중국에서도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고객층이 서로 겹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당시 SM 측은 "알파벳 서체 도안이 다르고, 발음도 '숨'과 '썸'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썸 매장은 주로 10대 소녀 팬들이 찾고, 고가 화장품인 숨은 주로 중년 여성이 찾는 만큼 고객층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상표의 외관이나 호칭이 서로 유사해 수요자들에게 오인·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LG 측 손을 들어줬다.

한편 상표권 분쟁은 해마다 논란이 뜨겁다. 속수무책으로 상표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상표권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 더욱이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후등록 상표권자의 상품이 온라인몰에 등장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청의 부정확한 심사 기준으로 상표권이 침해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유사한 상표를 등록해줬다 나중에 특허심판원에 의해 등록무효 결정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