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이 28일 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사거리가 1만㎞ 이상으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특히 심야시간에 유사시 한·미 양국군의 타격이 어려운 중국 국경에서 불과 10~20여㎞ 떨어진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며, 군사적 위협수위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북한 서북부지대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은 최대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해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화성-14형의 최고고도는 2802㎞, 비행거리는 933㎞였다. 화성-14형을 정상각도인 30∼45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7000∼8000㎞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한 ICBM은 정상각도로 쏠 경우 1만㎞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평양에서 알래스카까지는 6000여㎞, 하와이까지는 7600㎞, 샌프란시스코까지는 9000㎞ 정도라는 점을 볼때 워싱턴을 사거리로 미 서부 내륙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두의 중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포함해 사거리적으로는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한 명실상부한 ICBM임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ICBM 기술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가 화성 14형이라면 사거리 측면과 함께 대기권 재진입 후 목표지점의 일정한 고도에서 핵탄두가 공중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질 수 있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발사지역을 자강도로 선택한 점과 발사시간을 자정 무렵으로 선택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자강도의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전략폭격기가 중국 영공에 진입해 북한 쪽으로 선회해야 타격이 가능하다"면서 "산을 파서 지하화하면 벙커버스터 같은 무기로도 타격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핵미사일을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자강도 지역에서의 미사일 기습발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시 선제타격 의지를 밝히고 있는 한미 군 당국의 전략적 입장을 비웃는 것이다. 때문에 군 당국이 인공위성 등 전략자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전 포착했는지, 아니면 발사 후 이지스함 등을 통해 포착했는지도 중요하다.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면 한미가 추진하는 선제타격 전략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실제 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무기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언제, 어디서든 ICBM을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성명'을 통해 "지난 7월4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 감행된 이번 도발은 안보리 관련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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