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전면 재검토된다. 공공성 강화라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른 변화다.
정부는 2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서울~세종고속도로 조성사업을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도록 사업방식을 전환키로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올해 중 민간 주도로 착공할 예정이었던 안성~성남구간과 향후 예정됐던 세종~안성구간을 도로공사가 맡아 짓게 된다. 당초 최종 공사가 끝나는 시점이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됐으나 도로공사가 맡으면서 1년6개월 가량 앞당긴 2024년 6월께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 사업은 앞서 2008년 처음 추진되다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결정돼 최근까지 적격성 심사를 거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하는 민자 적격성 심사는 민간사업으로 했을 때 정부 사업보다 재정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지난 5월 "적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민자사업이 적합하다는 결정에도 정부가 이번에 뒤집은 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정책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반 고속도로가 민자고속도로보다 10~20% 가량 싸 통행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데다, 행정수도와 경제수도를 잇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재정고속도로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재정고속도로로 짓는다면 연 평균 592억원, 향후 30년간 1조8000억원 가량 통행료가 절감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개통이나 고속도로의 공공성 강화방침은 문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최근 확정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세부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가 첨단 IT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하이웨이를 추진중인 가운데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염두에 둔 것도 영향을 끼쳤다. 민자도로라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마다 해당 사업자와 새로 협상을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운 반면 도로공사는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사업방식을 바꿨지만 추가 재정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구상했던 민간방식과 마찬가지로 공사비의 10%와 토지보상비만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통상 도로공사가 짓는 고속도로의 경우 40% 정도를 정부가 부담해왔는데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총 사업비는 7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짓는 다른 고속도로도 각 노선별 특성이나 도로공사의 재무여건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지침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현재 논의중인 다른 민자도로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건설사 등 민간사업자가 제안해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민자 고속도로는 12곳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업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역시 산하 공공기관에 효율성이나 수익성을 따지기보다는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 주도로 SOC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민간 SOC 투자사업을 전반을 검토한 후 새로운 운용방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시절 도입된 민자도로가 오는 2022년이면 전체 고속도로의 20% 가량을 차지할 텐데 통행료가 비싸 기존보다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새 정부에서는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여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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