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작년 교육부 고위관료가 국민을 개ㆍ돼지에 비유하더니, 물난리로 주민들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때에 파리 개선문과 이탈리아 피사 사탑 등을 둘러보러 국민 세금으로 외유를 떠났던 도의원이 이번에는 국민을 쥐새끼에 비유하며 질타를 했단다. 공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은 조리사를 동네 밥하는 아줌마에 불과한 이들이니 정규직화할 필요가 없는 나쁜 사람들이라 했다.
이들은 선출직 대의임무를 맡은 이거나 공무를 담당하는 고위 관료다. 그들은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명령을 수행하는 이들이다. 왕조 시대도 아니고 독재정권 시대도 아닌데 국민을 단순 통치대상으로, 그것도 사람이 아닌 짐승급으로 여기거나 등급을 매기는 이들이 공직을 맡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정치의 현 주소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자의 의식과 태도는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그들의 일은 자신이 아니라 수백, 수천, 때로는 수천만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공익적 가치관의 내면화 정도를 국민들이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선거나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공직을 맡음과 동시에 자격과 권한은 커지는데 반해 직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자질과 소양을 기르기 위한 어떤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을 개ㆍ돼지나 쥐새끼로 여기는 이들이 버젓이 국민을 대신하는 자리에 있게 된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고, 지방자치법 제36조에는 "지방의회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기실 국민을 개ㆍ돼지로 비유한 이는 자신이 개ㆍ돼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다름 아니며, 국민을 쥐새끼에 비유한 도의원에게 공공의 이익이란 쥐새끼들의 일 정도로 이해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 전체를 대표한 입법기관인 모 국회의원은 전국 1만1000여개 학교에서 아이들 밥을 지어주는 이들을 대표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선거 때만 납작 엎드려 국민들을 의식할 뿐 그들은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마치 처음부터 군림하고 통치할 권한을 타고 난 사람들처럼 행세한다. 국민들은 지난 겨울을 거치며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촛불 시민으로 엄청난 각성과 성장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규정된 절차 때문에 각성된 국민 수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리자들과 공존해야 하는 불편한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지방선거는 앞으로 1년 후, 국회의원 선거는 3년 후에나 있다. 이 불편한 동거 기간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최소한 공직자들에게 기본적인 소양교육이라도 강제했으면 싶다.
새 정부가 5개년 계획의 첫 번째 과제로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청산해야 할 적폐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 하나는 촛불시민과 격이 맞지 않는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의 적폐에 준하는 의식을 걷어내는 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직자와 선출직들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을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헌법농단 사태의 책임이 탄핵된 전임 대통령에게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이가 그렇게 국정을 주무르는 동안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니 국회 역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자신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준 국민을 개ㆍ돼지나 쥐새끼 혹은 밥이나 하는 동네 아줌마로 폄하하는 대리인들을 다시는 보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강민정 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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