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20일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안전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14년 9월 세월호 참사의 대책으로 출범한 지 2년8개월 만이다.
전신인 안정행정부 시절부터 4년 넘게 안전처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이번 안전처의 폐지는 공과를 따져보기 전에 '전 정부의 흔적지우기'식으로 해체가 결정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 전격 해체라는 소식과 함께 창설된 안전처였다. '국민의 안전' 만을 총괄 책임지는 부처를 만들어 재난ㆍ안전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ㆍ사전 기획없이 졸속 출범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기능ㆍ역할을 수행할 만한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은 치명적이었다. 안전행정부의 안전 관리 부서를 떼어내 소방ㆍ해경을 붙였을 뿐, 사실 권한ㆍ예산도 없이 이름만 한없이 거창한 '국민안전'을 단 신생 부처가 출범했고 국민ㆍ언론들의 기대는 높았다.
짐작건대 안전처 직원들은 그동안 내내 무기와 갑옷도 없이 전쟁터에 내몰린 병사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실제 출범 초기 안전처 직원들의 입에선 "정부 각 부처들이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안전처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만난 한 안전처 직원은 "우리가 없어지니 이제 정부 각 부처들은 사고ㆍ재난이 생겼을 때 누구 핑계를 댈까 궁금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안전처가 명실상부한 안전 컨트롤타워로 자리잡기 위해선 출범 초기에 법률적 권한과 예산 확보가 필수였다. 또 이른 시일 내에 재난ㆍ사고 대응에 있어 손발 노릇을 하는 지자체들과 연계를 강화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했다.
지난 2년 8개월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지켜보는 입장에선 그동안 갓난 신생아 부처에게 국민안전이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떠넘겨 놓고 조금만 실수를 해도 "넌 왜 그렇게 엉망이냐"는 질책이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문득 세월호 참사 당일 4월16일 오후에 느꼈던 황망함이 다시 떠오른다. 오전까지만 해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보도에 안심하고 있다가 오후 갑자기 뒤바뀐 실종자 통계에 눈앞이 캄캄해졌었다. 모든 국민들이 다 그랬을 것이다. 당시 진도군청 브리핑룸과 팽목항, 맹골수로를 오가며 13일을 보냈다. 진도는 오열로 가득 찬 거대한 영안실이었고, 대한민국 전체가 장례식장이었다.
또 다시 세월호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안전처는 사라졌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누군가는 불철주야 오로지 '국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즘도 가뭄, 산불, 장마 등 연이은 자연재난에 대응하느라 3개월간 집에 한 번도 못 들어가 '이혼 당하게 생겼다'고 호소하는 재난 대응 부서 공무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중 일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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