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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 부리고 빈정거릴 시간도 없다”…헬조선은 누가 만들었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7초

젊은이에게 앞 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폄하하지 말라는 한 대학교수의 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7월16일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의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글이다. 앞 세대의 불행을 보며 현재 젊은이들은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취지의 글에 '아시아경제' 인턴기자들이 답한다


이 교수는 “이 땅에 살 만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헬조선’이라 욕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시대의 대기업 착취를 논하기 전 독일에 광부로 갔던 조부모 세대를 바라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이란 대기업 착취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청년실업, 자살률, 노동 강도, 외모지상주의 등 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대한 비판을 함축한 말이다.


이교수는 이런 비판을 기성 세대에 대한 어리광과 조롱으로 일축했다. 헬조선을 언급하는 청년들에게 “제발 당신의 고결한 조부모와 부모들을 더 이상 능멸하지 말라”라며 “응석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고도 일갈했다.

“응석 부리고 빈정거릴 시간도 없다”…헬조선은 누가 만들었나 사진=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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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초에 ‘헬조선’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묘사하며 등장한 단어이지 기성세대를 비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부조리를 일삼는, 또는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능이 있는 계층이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기성 세대가 헬조선이라는 실재(實在)와 함께 언급되는 것뿐이다.


청년들의 절규는 현실적인 이유다. 이 교수는 젊은이들이 제기한 기업의 착취와 낮은 인건비에 대한 문제를 응석이라며 깎아내렸다. 어려웠던 시절을 버텨낸 세대를 보고 배우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세대의 고충도 무시할 수는 없다. 더 많이 부려먹고 더 적은 임금을 주는 노동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2016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 34개 회원국 중 2위로 평균 노동시간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길다. 또한, 실질임금도 낮다. 동년도 연간 실질임금은 3만 3,110달러로 OECD 평균인 4만 1,253달러의 80% 수준이다. OECD 11위권이라는 명예와 달리 노동환경은 처참한 셈이다. 젊은이들의 불만이 나올 만하다는 말이다.


“응석 부리고 빈정거릴 시간도 없다”…헬조선은 누가 만들었나 사진=픽사베이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 열정 페이를 받고 경력 한 줄 쓸 수 있는 게 감사한 것이 현 청년세대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취업도 하기 전에 등록금 빚을 등에 지고 있다. 열심히 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이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려면 필요한 것은 돈이다.


남들이 다하는 스펙을 쌓으려면 돈이 들고 결국 다람쥐 쳇바퀴 인생을 살아야 한다. 한국은행 출처 우리나라 연도별 경제 성장률 추이 지표에 따르면 고도 성장기였던 1970년과 1980년대는 경제 성장률은 평균 6.8%~12.2%였지만 세계 금융 위기 이후 2009년 경제 성장률은 0.3% 2011년에는 2.0%를 기록했다.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셈이다.


성적 장학금, 사법고시도 없어지는 상황에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이제는 이룰 수 없다. 희망과 미래가 없는 삶이 지금 청년들의 생활이다.


“죄송한데요, 제가 오늘 첫 면접인데 넥타이를 못 매서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 초년생이 첫 면접길에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고 넥타이 매듭을 부탁한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우리 아들도 얼마 전에 입사했거든, 긴장하지마요 잘 될거야” 한 여성의 진심어린 말 이 세대 젊은이들의 가슴에 와 닿는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를 탓하고 싶은 것도, 그들이 일군 과실을, 감내한 고통을 폄하하고픈 것도 아니다. '왜 너는 넥타이를 매지 못하냐'고 나무라는 어른이 아닌, 그들만의 아픔에도 공감해주며 넥타이를 매주는 어른이 필요했을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른의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아시아경제 티잼 김하균 기자 lama@asiae.co.kr
아시아경제 티잼 최형진 기자 rpg456655@asiae.co.kr
아시아경제 티잼 서지경 기자 tjwlrud2502@asiae.co.kr
아시아경제 티잼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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