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힘 실리는 분위기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유통대기업들은 "우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인상이 정부의 '기업 옥죄기'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16일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전날 확정된 뒤 관련 사업장 영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아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추산하진 않고 있다"며 "지금껏 정해진 최저임금을 잘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달라진 환경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당장 크게 영향 받는 부분은 없다"며 "롯데마트 등 계열사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차차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지 않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여타 업체에 비해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더 적다. 백화점, 아웃렛 등의 경우 기본 업태가 '매장 임대'인 데다 하청을 주는 청소, 보안 등에서도 최저임금과 직접 연관된 게 없다.
다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이 본격화한 점은 유통업계 전반에 부담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유통업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많다.
한 유통대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많고 적고는 대기업 경영에 있어 큰 변수가 아니다"라며 "재계보다 노동계 목소리에 힘을 실리는 최근의 분위기가 중요하고 우리 입장에선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황 속 유통업체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이 가속화하면 고정비가 상승, 수익성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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