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정부가 금융기관과 중소기업청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영업자 대출 정보를 한 데 모아 '자영업자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자영업 포화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하고,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의 '숨은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과 2금융권으로부터 자영업자 금융거래정보 및 카드 결제 내역 등을 받아 통합 자영업자 DB를 구축중이다.
여러군데 흩어져 있는 자영업자 업권별 현황 및 금융거래정보를 한 군데 모으면서, 세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면밀하게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와 개별 금융기관 등에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고, 숨은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종합 DB구축은 선진국에 비해 유독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자영업자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진행하는 것"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 부실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사업자면허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금융기관 대출 건전성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는데 자영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은 주로 생활자금 용도로 쓰여 가계부채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그간 규제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자영업자 주담대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상당수는 다중채무자인 만큼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전이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자영업자 대출 데이터를 중심으로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DB를 고도화 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거래정보를 수집해서 자영업자 대출 취약점을 분석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하면 대출 금리가 0.01% 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연간 480억원가량 증가한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수는 2016년 기준 560만이고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한국은 대기업 고용률이 낮고 자영업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내수 불황에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83만 명으로 5년 만에 최대수치를 기록했다. 문 닫은 사업체는 91만 곳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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