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포장 식품 등 관련 상품 판매 잇따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콧대 높던 백화점들이 소비시장 '대세'로 떠오른 1인가구를 잡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편의점, 대형마트 못지않게 '1코노미('1인'과 '경제'를 조합한 신조어) 상품 구색을 갖추며 1인가구 맞춤형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오픈한 '한 끼 밥상'코너는 문을 연 지 3주 만에 일 평균 이용 고객과 매출이 각각 14.6%, 17.9% 뛰었다.
한 끼 밥상은 소포장보다 중량이 더 적은 '극소포장' 식품을 취급하는 코너다. 농ㆍ수ㆍ축산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총 100여 품목을 팔고 있다. 중량은 일반 상품의 10~40%, 소포장 상품의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채소가 평균 1000원대, 과일이 2000원대, 소고기는 6000원대, 돼지고기는 3000원대, 생선은 2000원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9일 서울 소공동 본점에 이 코너를 열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겨냥한 전략이다. 백화점의 고품질 식품이 극소포장돼 나오자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반응은 뜨거웠다.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인 '산들내음' 소포장 과일 세트를 지난해 1월 출시했다. 판매 품목은 바나나ㆍ방울토마토ㆍ금귤ㆍ참외 등 8가지다. 바나나는 낱개 포장했다. 500g 한 팩이었던 방울토마토와 금귤은 용량을 줄여 300g씩 판매한다. 참외의 경우 가장 큰 크기 4개들이 상품을 한 입 크기의 참외 2개로 줄여 내놨다.
소포장 과일 세트 매출은 올해 1, 2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4%, 20.7% 신장했다. 매달 매출 목표를 30% 이상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현대백화점은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인 가구는 가처분 소득이 높기 때문에 구매 시 가격보다 품질을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서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남은 것을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싱글들이 많이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1인 가구 마케팅을 식품군 밖으로 넓혀 나가고 있다.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전국 9개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HbyH'는 1인용 상품을 최근 대폭 보강했다. 관련 상품 매출은 올해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6.3% 늘었다.
AK플라자는 지난 4월 분당점 식품관을 '분당의 부엌'으로 개편하면서 가정식 즉석 요리 코너인 'HMR 스트리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1인 가구 등 소비자들이 간편 가정식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소포장 판매한다. HMR 스트리트는 인근 오피스 상권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오픈 후 두 달(60일) 동안 단순 반찬 코너였던 지난해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시장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1인가구가 유통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일상적인 제품 외에 선물 등에서도 소포장 판매가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추석을 앞두고 1인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선물세트 판매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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