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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면세점①]면세품 빼돌리고 사드 대책은 없고…곳곳서 '비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2초

내부 직원이 보따리상과 짜고 물건 빼돌리기도
경쟁 치열해지면서 업계 매출·매장확보에만 급급

[구멍뚫린 면세점①]면세품 빼돌리고 사드 대책은 없고…곳곳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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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면세품 관리 시스템과 역량, 내외부 인프라가 급격히 팽창한 시장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해 사업권을 반납하거나 매장 규모를 서둘러 줄이는 사업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중국인관광객 감소로 시장 성장세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계기로 안팎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 직원ㆍ파견직원ㆍ보따리상이 물건 빼돌려=면세품은 물건에 부과되는 부가세와 관세 같은 세금을 면제해 판매하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수다. 일반 유통업과 달리 정부가 까다롭게 심사해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매 한도를 초과해 구매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물건을 빼앗기거나 벌금을 무는 것 역시 탈세를 막기 위한 일종의 '관리'다.

그러나 최근 면세점 임직원이 직간접적으로 가담해 면세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장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부산지검 외사부는 125억원대 명품 밀수입 사건과 관련, 관세법 위반 혐의로 신세계면세점 직원과 법인, 보따리상, 개인구매자를 기소했다. 검찰은 2013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68차례에 걸쳐서 5억8500여만원 상당의 면세품을 밀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골 고객이 면세점 직원에게 고가품 구입 의뢰를 하면 직원이 보따리상에게 구매를 요청, 보따리상들이 알고 지내는 일본인과 함께 일본인 명의로 면세품을 구입했다. 일본인이 출국해 면세품이 일본에 도착하면 다른 보따리상이 받아뒀다가 운반책이나 관광객편에 한국으로 보내고 이를 받아 당초 의뢰고객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롯데면세점의 입점업체 파견사원도 유사한 수법으로 수억원어치의 면세품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LG생활건강이 고용한 파견직원이 신라면세점에서 근무하다가 보따리상들의 명의를 이용해 샴푸 17억원어치를 불법 유출, 적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면세점, 세관 등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공항 면세점 인도장에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면세점이 물건을 인근 화장실에 보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구멍뚫린 면세점①]면세품 빼돌리고 사드 대책은 없고…곳곳서 '비명'


◆업계도 매장 확보ㆍ매출 불리기에만 급급=매장 확보와 매출 확대에만 급급한 업계의 근시안적 전략도 문제다.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한 임대료를 써 내 공항에서 거액의 영업적자를 내고, 사실상 불법매매의 온상지인 중국계 보따리상의 구매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와 임대차 계약을 중도해지했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4월부터 매출이 월 평균 20억원대인 임대료를 밑돌기 시작했고, 결국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음 달 31일을 끝으로 영업종료를 선택한 것. 2015년 12월 오픈한 시내면세점 갤러리아63 운영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올해 1월 연봉 10%를 일부 임직원들이 자진반납한 데 이어 짜낸 고육지책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팀장급 간부 사원과 임원 40여명의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창립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높은 성과급으로 정평이 나 있던 롯데면세점은 올해 그 지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 서울 인사동 SM면세점과 동대문 두타면세점의 영업 면적 축소 등도 영업난에 따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멍뚫린 면세점①]면세품 빼돌리고 사드 대책은 없고…곳곳서 '비명'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매장 전경.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업계는 협회를 통해 공항 임대료를 한시적으로라도 낮춰달라고 건의한 바 있지만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결정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리스크를 감안, 임대수수료를 적어냈어야 할 업체들이 이제 와서 인하를 요구한다는 것 역시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실상 업체들이 눈감아주고 있는 보따리상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업계가 자정노력을 통해 면세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점에서 화장품, 잡화 등을 구매해 중국 등지에서 비정상적인 통로로 판매하는 일종의 대리구매ㆍ운반책이다.


쉽게 말하면 불법유통업자다. 그러나 사드 배치 이후 면세점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축으로 급부상했다. 실제 3월 사드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한국여행을 제한하는 방한금지령 이후 입국자 수는 급감했으나 매출 타격은 덜했다.


올해 3월 중국인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4월엔 67% 줄었지만 면세점 매출은 각각 9% 증가, 6.9% 감소에 그쳤다. 그러나 면세품을 '구매자가 아닌 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반입정지 수준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는 관세법 위반 행위다. 관세법 제 138조 제2항에 따르면 1년 이내에 3회 이상 물품반입 등의 정지처분을 받은 경우 세관장은 그 사업자의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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