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내 노동시장에서 '외주화' 인력규모가 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 꼴이다. 현실적으로 한 회사가 제품 또는 서비스 생산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기 어려운 만큼 외주화는 불가피하지만, 불법파견ㆍ위장도급 등 편법화된 외주화가 늘어나면서 고용불안을 높이는 사회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주화 인력규모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21.0%인 약 400만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홍준 부연구위원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노동의 외주화는 합리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닌, 고용관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형태의 외주화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의 외주화는 일을 외주화하는 것인지, 책임을 외주화하는 것인지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청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불법파견, 위장도급 등은 책임까지 외주화된 형태로 평가된다.
취임 직후 '비정규직 제로(0)화'를 내 건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이와 직결된다. 고용관계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부 외주화는 곧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을 늘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안전ㆍ생명과 관련한 '위험의 외주화'는 무조건 뿌리 뽑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 대해 다음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기 전까지 파견ㆍ용역ㆍ민간위탁 등 외주화계약을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노동의 외주화는 규모보다 '차별'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49.4%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파견노동자 역시 정규직 임금의 60.9% 수준을 받는다. 원청기업 대비 1차 협력업체의 평균 임금 역시 5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는 원ㆍ하청 기업간 월 평균 근로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큰 격차다.
파견ㆍ용역근로자가 겪는 차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의 경우 하르츠 개혁 이후 비정형 근로 중 파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3%까지 늘어나고 차별도 확대됐다. 이에 독일 정부는 파견고용의 상한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고, 고용 9개월 이후부터는 원청근로자와 동일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일본 역시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파견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의 75∼80% 수준을 유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이 과실이 소수에게 편중된 지금,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국가는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배전략을 어떻게 다시 수립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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