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베를린서 '신 한반도 평화비전' 발표
“여건되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만날 용의”
김정은 위원장의 호응이 성사 관건
현재는 회의적 시각이 많아
주호영 “국제 기류 읽지 못한 초현실적 발상”
북한과 물밑 협상 통해 전격 성사 가능성도
[베를린=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담은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북한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와 만나 “남북정상회담 제의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연내에 가능하겠느냐”면서 “문 대통령도 (연설문에서)여러 조건을 전제로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만 놓고 보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것은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한·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과의 ‘담판’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기존의 6자 회담 방식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이 직접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 ‘운전석’에 앉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6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전(停戰)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에서 “불안한 정전체제 위에서는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가 없다”면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4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평화구상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여건’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출국 하루 전 ICBM을 발사해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제 사회 기류를 전혀 읽지 못한 초현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 처음 나온 질문도 북한이 대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초청 연설 사회를 맡은 노라 뮐러 쾨르버재단 상임이사는 북한의 ICBM 발사와 그에 대응한 한미연합군의 합동훈련을 거론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화 시도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닌가.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못하는 상황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더 엄중한 제재와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 핵 폐기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물밑 대화를 통해 예상 보다 이른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실무 주역들이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중용된 것도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통일을 위한 협력을 천명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고 3개월 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베를린=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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