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굴레에 갇힌 베이비부머<중>
자영업 종사자 50대 이상 60%…대부분 진입 쉬운 숙박·음식업
작년 창업 3%·폐업 15% 증가…생존해도 평균 173만원 벌어
50세 이상 가계대출 약 5년내 46% 급증…실패땐 금융안정 '휘청'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우리경제의 경제버팀목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711만명이다. 이들은 전체인구의 14.3%, 생산가능인구 중 19.2%를 차지한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부머가 정년퇴직 연령(만 55세)에 도달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막대한 부채가 우리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해온 만큼 보유 부채 규모가 이미 평균을 웃돈다.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거부감도 크지 않다. 수명은 늘고 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우리 경제에 이중고로 다가오는 상황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베이비부머가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창업붐이 거세질 것이다.'
2006년 7월6일자 CNN머니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은퇴는 우리보다 10년 가량 앞섰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출산율이 급증한 194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의미한다. 10년 전 이들 나라에서도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가 은퇴로 인해 소득감소에 처하면 경제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 후 '소득절벽'을 걱정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들이 자영업 개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이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공적연금과 같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탓이 크다.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 종사자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2015년 기준 사업자 연령대는 50대가 3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7.7%, 60대 이상 24.7% 순이다. 60대의 경우 전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종사자 수가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자영업자는 19만명 늘어났는데 이중 60대 이상이 9만6000명, 50대가 7만8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진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자영업 포화를 부추기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1.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자영업 진출 자체를 탓할 수 없다. 하지만 경험이 일천한 상황에서 대부분 진입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숙박업 등을 개업해 이중 상당수가 실패한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전년보다 3.0% 느는데 그친 반면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으로 15.1% 증가했다. 일평균 3360개 사업장이 문을 열고 2491개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경기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소비 회복이 느린 것도 폐업을 늘리는데 큰 영향을 줬다. 또 사업체를 유지한다고 해도 소득 수준은 급감한다. 숙박ㆍ음식점업의 2015년 월평균 소득은 세전 기준으로 173만원에 그친다.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329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제2막을 여는 대신 사업실패에 다다르게 될 경우 금융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 가계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98조2000억원으로 2012년 말(67조원)에 비해 46.5%(31조2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자영업대출은 8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퇴세대들이 자영업에 몰리면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적 근로소득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는 노동시장에서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당장은 부동산보다 현금화가 쉬운 펀드투자로 노후를 대비하거나 주택연금 확충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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