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취준생들, "'스펙' 차별 없어 공정" 對 "'학벌도 노력'"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취업준비생 박모(30)씨는 하반기부터 공무원 및 공공기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큰 힘을 얻었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박씨는 2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박씨는 "그동안 서류에서 떨어질 때마다 학벌 때문인 것 같아서 막막했는데 이제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고용노동부와 행정자치부 등이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두고 취준생들의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은 블라인드 채용을 반긴다. 특히 입사지원서에서 증명사진을 빼는 부분은 취준생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증명사진은 그동안 '외모지상주의'를 바탕으로 채용 차별을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취준생 김소현(26)씨는 "실제로 주변에서 스펙 좋고 관련 자격증이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지고 외모가 괜찮은 편이면 나머지는 평범해도 서류를 무난하게 합격하는 경우를 봤다"며 "더 이상 외모 때문에 취업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반면 학교명 표기 금지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교는 초·중·고교 때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취준생 김모(27)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 들어가려고 밤 새워가며 공부했는데 학교를 보지 않는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까지 공부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금 학생들은 굳이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점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고, 학생들 수준이 다른데 수치만 보고 '똑같다'고 인식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모(28)씨는 "서울대에서 학점 3.5를 받는 것과 지방에 있는 사립대에서 학점 3.5를 받는 건 분명히 다를 텐데 숫자 3.5만 보고 똑같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블라인드 채용은 누구가의 노력을 너무 낮게 보거나 무시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간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공감하는가'라는 질문에 82.5%의 인사담당자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5%에 그쳤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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