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확산, 폭염에 장마까지
작황 부진ㆍ농산물 가격 고공행진 우려
축산물값도 안정세 요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가뭄과 폭염에 상추ㆍ깻잎 등 잎채소들이 말라 걱정했는데 폭우가 쏟아졌네요. 잎채소는 물에 약해 물러지면 물량이 줄고 출하 시기도 늦어져 가격이 많이 오를 겁니다." 경기 양평군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A씨는 그간 긴 가뭄에 고생하다 갑자기 닥친 폭우에 되레 침수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장마전선이 이번주 내내 중부지방에 머물며 비를 뿌린다는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재확산과 폭염ㆍ가뭄에 이어 폭우ㆍ장마까지 겹치면서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계속된 봄 가뭄과 폭염에 말라가던 농작물이 최근 2~3일간의 국지성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어 작황과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마와 함께 제3호 태풍 '난마돌'도 북상하면서 향후 농작물 가격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갓(1kg)가격은 34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2% 급등했다. 1개월 전과 비교해도 45.9%나 오른 가격이다. 양파(1kg 상품ㆍ1894원)는 1년 전보다 23.5% 올랐다. 평년 가격 대비로는 11.2%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양파값 상승은 재배 면적이 감소한 데다 가뭄으로 인해 공급량도 쪼그라든 탓이다. 가락시장 도매 시세를 보면 양파 1kg 상품 도매가는 지난해 6월 평균 679원이던 것이 올해 6월 들어선 1098원으로 1년 새 60% 넘게 올랐다.
마늘(깐마늘 1㎏ 상품ㆍ9403원)은 17.5%, 당근 상품 1kg(3380원)은 18.6% 비싸다.
지난 2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지만 1주일 정도 늦게 찾아왔고, 강우량이 충분치 않아 5~6월 진행된 가뭄의 해소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부지방에 비가 집중돼 곡창지대가 밀집한 남부지방은 여전히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중부지방에선 해갈 기대보다 우려감을 나타내는 농가가 많다. 안 그래도 바짝 말라가던 농작물이 침수 피해마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여름 폭우가 작황을 악화시키고 그치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배추 상추 등 잎채소는 한 번 빗물에 잠기면 쉽게 상해 장마가 끝나도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최근 안정된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썩거나 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축산물 물가 역시 심상찮다. 달걀 가격은 지난달 3일 제주 등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나타난 이후 상승세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965원으로 평년 가격(5524원) 대비 44.2% 높다. 1년 전(5341원)보다는 49.1% 비싸다. 지난달 2일 7839원으로 떨어졌던 달걀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서 80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닭고기 1㎏ 소매가(중품 기준)는 이달 들어 5800원대와 5900원대를 왔다갔다 하며 불안하다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9일 5910원을 기록한 뒤 하향 곡선을 그려 같은 달 30일 5329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한우 등심(100g 1등급ㆍ7772원) 소매가는 평년 대비 17.4% 높다. 한우 갈비(100g 1등급ㆍ5333원)는 22.1% 비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ㆍ2342원) 가격은 11.4%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비로 인한 농산물 생육 부진 등 피해가 확인되진 않았다"며 "이번주 이후 피해가 나타날 여지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피해 대비보다는) 가뭄 해소 기대에 더 중점을 두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농ㆍ축산물이 향후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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