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곡동 소재 ‘내곡느티나무쉼터’ 내 81.55㎡(약 24.6평) 규모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실내 조명은 밝게 하고, 전등 스위치와 전기 콘센트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벽지와 색채 대비를 둔다.
수납장에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기 쉽게 그림과 글씨로 표시된 표지(스티커)를 붙여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인지하지 못해 두려움을 느끼는 치매환자들을 위해 화장실 거울을 블라인드로 덮어둔다.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인지가 약해진 분들이 집안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조성한 치매환자 맞춤형 모델하우스인 ‘치매안심하우스’가 10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 17일 문을 연다.
구의 ‘치매안심하우스’는 염곡동에 소재한 어르신 복합문화시설인 ‘내곡느티나무쉼터’에 81.55㎡(약 24.6평) 규모로 들어선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서울시에 제안, 2016년 서울시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돼 시비 총 1억원 예산을 지원받아 조성했다.
내부시설은 서울시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적용해 ‘환자방’, ‘화장실’, ‘거실’, '주방‘, ’기억정원(베란다)‘로 구성돼 있으며, 안전성, 편리함은 물론 치매환자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으로 꾸몄다.
내부시설 특징을 들여다보면 구석구석 치매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수납장마다 신발, 그릇, 컵, 조리도구, 상의, 하의, 양말 등 글씨와 그림으로 구성된 표지(스티커)가 곳곳에 부착돼 있다.
또 전등은 밝은 LED조명으로 구성, 바닥과 벽이 구분되도록 몰딩 제작됐으며, 스위치와 콘센트 및 시계 등은 벽지와 유색 대비시켜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아울러 화장실 거울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치매환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혼동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한다. 수도꼭지는 냉·온 표기가 돼 있으며, 변기와 색채 대비되는 변기뚜껑을 통해 쉽게 인지가 가능토록 조성했다.
이밖에 날짜, 온도, 시간이 숫자로 표기돼 있는 디지털시계, 간단한 분리수거함 등이 환자방 또는 거실에 놓여있어 주거환경에서 일상적인 훈련을 통해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액자 등도 거실 곳곳에 놓아 정서적 안정감을 주도록 한다.
구가 ‘치매안심하우스’를 전국 최초 설립·개소한 것은 고령화 사회에 따라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데 있어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히 2015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9.8%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 2050년에는 이 비율이 15.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에서 선도적인 치매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는 치매안심하우스에 환자 또는 가족이 방문 시 환자에게 어떤 가정환경이 도움 되는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30분 내지 1시간 정도 안심하우스를 둘러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자를 위한 공간구성의 기본 원칙, 환자에게 도움되는 일상 프로그램 등을 교육 받을 수 있으며, 견학 후 기존환경에 대한 ‘자가점검표’(체크리스트)를 통해 현재 거주환경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구는 ‘치매안심하우스’를 통해 치매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안전하고 인지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되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인지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일반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에서도 집 안팎의 작은 변화만으로 치매를 대비하고 인지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치매예방을 위해 기억키움센터에서 5년째 프로그램 수강하고 있다는 신 모씨(72)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집에서 가구배치 등을 통해 치매를 대비할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집을 리모델링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치매안심하우스는 평일 오전 9~오후 6시 개방, 기존 내곡느티나무쉼터 4층에 있던 치매예방 기관인 ‘기억키움센터’와 연계 운영된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돼 지난 3월부터 6주간 ▲치매 증상과 치료 ▲치매환자 주거환경 등의 양성교육 과정을 수료한 24명의 ‘안심 큐레이터’와 간호사·사회복지사·작업치료사 등 12명의 직원들이 상주해 안심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구는 어르신들의 치매예방과 조기발견, 가족지원 등을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기억키움센터’(내곡느티나무쉼터 4층)를 운영, 종합적인 치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내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간단한 치매 선별검진부터 정밀검사까지 받을 수 있으며, 검진결과에 따라 ‘치매군’(치매진단), ‘경도인지장애군’(치매진단은 아니지만 정상노화와 치매 중간단계), ‘정상군’으로 나눠 ▲1:1 음악치료 ▲우쿨렐레 합주 등 33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노인장기요양등급에서 소외된 등급 외 경증치매환자를 위한 주간보호프로그램인 ‘기억키움학교’도 연계·운영해 경증치매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드럼서클(악기연주) ▲레크레이션 등 ‘인지기능 향상’ ▲혈압측정 ▲체조 등 ‘일상관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치매어르신들과 가족들의 높은 호응으로 지난 6월부터 오전반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조은희 구청장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고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치매안심하우스를 개소하게 돼 기쁘다”며"100세 시대, 효도하는 마음을 담아 세심한 관리로 어르신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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