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국립대 연구팀, 18마리 수컷의 독특한 '비트' 포착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리듬을 만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리듬과 음악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자 장르일까요. 최근 호주국립대학의 로버트 하인슨(Robert Heinsohn) 교수 연구팀이 야자나무 앵무새가 막대기와 꼬투리를 이용해 리듬을 만드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호주 북쪽에 살고 있는 18마리의 야자나무 수컷 앵무새를 관찰했습니다. 앵무새가 막대기를 이용해 속이 텅 빈 나뭇가지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막대기는 사람으로 치자면 스틱에 해당되고 텅 빈 나뭇가지는 드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짝을 찾을 때 수컷 앵무새들이 규칙적 리듬을 만들기 위해 텅 빈 나뭇가지를 막대기 등을 이용해 두드렸습니다. 발에 막대기를 꼭 잡은 채 마치 인간이 스틱을 이용해 드럼을 치듯 행동을 이어갔습니다.
이전에도 새들이 막대기 등 도구를 이용한다는 사실은 많이 밝혀졌고 관찰됐습니다. 다만 이때 이들이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한, 즉 생존과 관련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와 차원이 다른 주제로 도약했습니다.
지금까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도구를 이용하는 것은 딱 한 종족에게만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앵무새가 짝을 찾기 위해, 혹은 다른 용도를 위해 스틱을 이용해 리듬을 만든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른 수컷 앵무새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때 이 같은 리듬에 변화가 만들어지는 지 등을 추가로 관찰할 예정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도구를 이용해 리듬을 만들고 음악을 창작해 내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18마리의 수컷이 만든 131개의 드럼 시퀀스를 분석한 결과 '비트'는 무작위적이지 않았고 정기적 간격을 보였다"며 "마치 인간도 각각의 개인마다 드럼 스타일이 있듯이 수컷 앵무새도 독특한 비트가 존재했고 그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Tool-assisted rhythmic drumming in palm cockatoos shares key elements of human instrumental music)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렸습니다.
☆"나? 드럼 치는 앵무새"
=https://youtu.be/lKHmfkh7nJk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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