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서 CBS,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외신과 인터뷰
3개 나라 정상에 다른 시각 드러내
외교,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 계산해 발언 수위 조절한 듯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미국 CBS,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해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 나라 정상에 대해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북 정책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코드’를 맞추는 모양새다. 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을 향해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는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돌직구’를 날렸다.
문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 앞서 외교 문제와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을 치밀하게 계산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국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과감하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중국, 일본과의 관계 보다는 국내 여론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할 기술을 손에 넣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이슈를 계속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한미가 북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 두 나라가 같은 배를 탄 처지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이슈를 그의 외교 어젠다에서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결단을 해준 데 대해 매우 기쁜 마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CBS,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개입(engagement)이 바로 내가 말하는 개입과 같다”, “우리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등의 말로 트럼프 대통령과 추구하는 목표와 수단이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을 향해서는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결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의제”라면서 “정치 군사적 이슈를 경제 문화 교류와 연계한다면 한중 간 우호관계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를 향해서는 “일본은 양국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독도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이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많은 한국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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