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다.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다”면서 “항일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가를 키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굳건하게 살아냈다“면서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면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면서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고 기억하고 기리겠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25전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다”면서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우리 국군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선을 지킨 것은 군인만이 아니었다”면서 “태극기 위에 위국헌신을 맹세하고 후방의 청년과 학생들도 나섰다.주민들은 지게를 지고 탄약과 식량을 날랐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 이름 없던 산들이 용사들의 무덤이 되었다”면서 “아직도 백골로 묻힌 용사들의 유해, 단 한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전장의 부상을 장애로 안고, 전우의 희생을 씻기지 않는 상처로 안은 채 살아가는 용사들, 그 분들이 바로 조국의 아버지들”이라면서 “이념에 이용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에게 존경받도록 만들겠다. 그것이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 용사의 헌신을 언급하면서 전쟁터에서 얻은 병과 후유증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면서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고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라면서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이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면서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이례적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의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달러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 독일에서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준 분들이 계셨다”면서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린다”면서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 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 분들에게 저는 오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과 6·25전쟁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의 한 복판에 있었던 사람들도 애국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위에서 펄럭였고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면서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념 대립과 세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서,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이라면서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면서 “국회가 동의 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면서 ”개인과 기업의 성공이 동시에 애국의 길이 되는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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