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건 간에 개인의 존엄성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이집트 거장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65)은 영화 ‘혁명 이후(2012)’를 통해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제 6회 아랍영화제(6월1일~7일)에서 영화 상영 후 Q&A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1988년 ‘여름 도둑’으로 데뷔한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은 아랍영화계에서도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감독으로 손꼽힌다. 그는 이집트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와 시대정신을 풀어냈다.
2012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혁명 이후'는 이집트 무라바크 정권 이후 혼란한 사회와 정치적 갈등을 젊은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혁명에 참여한 시민단체 소속 중산층 여성과 혁명에 반대하는 빈곤층인 마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이야기 속에 이집트의 정치 현실을 녹여냈다.
나스랄라 감독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떠한 정치적 판단과 견해를 갖고 있건 간에 누군가에 의해 존엄성이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존엄성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주제”라고 했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실제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 현장을 방문해 촬영했다. 대본 없이 2011년부터 1년 동안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때문에 영화는 드라마와 다큐 사이를 오간다. 실제 뉴스화면이나 광장에서 벌어진 촬영장면을 혼재해서 보여준다.
감독은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실제 찍었다. 픽션(fiction)도 중요하지만, 여러 장면들이 ‘날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보여줘야 했다. 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언어 형태의 핵심”이라고 했다.
또한 감독은 “권력기관은 대중의 대립을 극대화시켜 분열시키려 한다. 가진 사람들은 절대 구체제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혁명은 이상적이지 않다. 혁명은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나 슬로건만으로는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52년 이집트 카이로 출생인 유스리 나스랄라는 카이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1973년에는 카이로 고등영화연구소에 입학했다. 베이루트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1981년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속임수의 순환’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영화제 기간 동안 ‘혁명 이후’를 비롯해 ‘냇물과 들판, 사랑스런 얼굴들’, ‘세헤라자데, 내게 말해줘’ 등 감독의 영화 세 편이 상영됐다. 2009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집트 사회를 그린 ‘세헤라자데, 내게 말해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초청 받았으며, 2012년 ‘혁명 이후’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2016년에는 ‘냇물과 들판 사랑스런 얼굴들’을 연출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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