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시장 다변화한 농심·롯데제과, 1분기 성적표 好好
진짬뽕 성과 안주·中법인 매출 '뚝' 오뚜기·오리온 울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라면업계 '빅2' 농심과 오뚜기, 제과업계 '빅2'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희비가 엇갈렸다. 농심과 롯데제과는 웃었고 오뚜기와 오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농심은 상품 다변화로, 롯데제과는 시장 다변화로 '불황'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설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피해갔다. 반면 오뚜기와 오리온은 기존 히트 상품과 중국 시장에만 의존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1ㆍ4분기 매출액은 5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25억원으로 0.2% 증가했다. 당초 영업익 두 자릿수 감소가 예상된 전망과는 반대의 결과다.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대표 스테디셀러 제품인 너구리의 맛을 변화시킨 '볶음너구리' 등 상품 다변화가 소비자의 입맛을 붙잡은 덕분이다. 볶음너구리는 출시 한달만에 70억원어치 팔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진짬뽕으로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놨던 오뚜기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53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15.7%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오뚜기가 지난해 진짬뽕으로 업계를 화제를 몰고 왔던 만큼 예상외의 성적표에 충격이 큰 상황이다. 실제 오뚜기의 1분기 영업익 감소를 전망한 증권사 리포트도 없었다. 오히려 대다수 증권사는 실적 발표 직전까지 영업이익이 5% 안팎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월 200억원까지 나오던 진짬뽕 매출이 올해 6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며 "지난해 높은 실적이 올해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제과 시장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가 제과업계 1, 2위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실적을 엇갈리게 만든 것.
매출의 절반을 중국 법인에 의존하고 있는 오리온은 올해 1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친 반면 중국보다 인도 등에 집중한 롯데제과의 실적은 개선됐다.
오리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9% 감소한 3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5.7% 줄어든 4907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리온 중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떨어진 2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는 매출의 47.8%를 중국 법인에 의존하고 있는 오리온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수익악화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리온은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만큼 양국 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의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란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시장 다변화에 힘쓴 롯데제과는 비교적 사드 보복에서 자유로웠다. 롯데제과는 올 1분기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도 3.7% 늘어난 551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 측은 인도 등 제3세계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롯데제과의 해외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중국 의존도가 낮은 점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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