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기술이 사회변화를 결정하는 1차적 힘을 제공한다고 했고,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경에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단했다. 특이점이 언제쯤 현실화 될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고, 근래의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AI), 나노기술 또는 로봇공학의 원천은 소프트웨어다.
오늘날 소프트웨어가 산업은 물론 교육, 문화, 스포츠, 레져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전방위적으로 응용되며, 인간과 컴퓨터간 상호작용(HCI)이 가능하도록 하는 가상물리시스템(CPS)의 도래를 촉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사회 환경에서는 소프트웨어가 경쟁의 법칙을 바꾸고 파괴적 혁신을 이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 로봇ㆍ드론, 자율주행차, 온오프라인서비스(O2O)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과거와 미래, 생산자와 소비자, 물리세계와 가상세계가 이어지며, 과학연구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데이터중심으로 옮겨가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거대 담론으로는 이구동성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하지만 현실에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미약하기만 하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카이스트를 포함한 모든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학위논문을 창업교과 이수로 대체하는 '창업석사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연차적으로 늘리는 등 창업친화적 학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이 대체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를 선도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융합사업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모든 학제에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중학교 자유학기 중에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대학의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특성화 대학을 대폭 늘려야 한다. 교과 단위로 분절된 지식중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융합 교과 중심으로 융합인재교육(STEAM)을 시행해 과학적 사고역량을 키워야 한다. 또한 지능정보사회 조기 실현을 위한 정부 예산과 공공기간의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돼야 할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융합사업 과제를 늘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활성화 되도록 하고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력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고용 없는 성장'의 딜레마를 타개할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한국전력공사는 향후 3년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사업 및 연구개발에 4400여억원 및 에너지 거점대학 클러스터 조성사업에도 3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우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코딩은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이나 확산을 통해 개체 또는 집단 간에 습득되는 문화요소인 밈(mem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는 예술에 가깝다. 미켈란젤로의 손끝에서 다비드상이 조각되었듯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알파고를 능가하는 또 다른 걸작이 탄생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는 '따뜻한 기술'로 활용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와 깊은 통찰을 통해 산업을 키우고 사회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때다.
김동섭 한국전력공사 CTO 신성장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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