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성장, 지역간 갈등, 불평등, 지속 가능성 등 경제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던 다보스포럼에서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이후, 연일 관련 키워드로 전 세계가 뜨겁다. 클라우드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또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새로운 산업혁명 도래를 언급했다.
이같은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의 강점과 환경적 특징에 따라 중점 육성 산업 중심으로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조혁신3.0이나 미래성장동력과 같은 정책을 통해 8대 제조기술(3D프린팅ㆍIoTㆍ빅데이터 등) 개발, 19대 미래성장 부문(지능형 로봇ㆍ스마트자동차 등) 육성 등 전략과 관련규제 해소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주도 전략의 미흡과 육성기술이 이업종 산업간 융합되면서 역기능 및 관계법령 중첩 등의 문제가 지속 발생함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다수 분야에 광범위하게 나열되어 있는 전략들로 인해 불명확한 '주도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ㆍ중국은 스마트 제조, 미국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일본은 로봇 중심 주도 전략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강점인 IT기술우위,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의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주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협력형 기업성장 전략'을 제안코자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간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형 기업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진흥회)는 협력형 기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IoT, 스마트자동차, 3D프린팅, VR/AR을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술 및 미래성장부문으로 정하고 IoT지원센터, 자동차IT융합센터, 3D융합센터를 신설하여 업계와 함께 새로 도래할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IoTㆍ인공지능ㆍ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산업간 융합 모델을 기획하고 공공ㆍ민간 확산 및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다. 다음으로 유연한 법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러 간담회나 업계 회의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기업의 4차 산업혁명대응을 위해서는 기술보다 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다. 현재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법ㆍ규제가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의 기술개발, 스타트업 및 창업 활성화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접근의 규제개혁이 아닌 총체적 접근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법ㆍ제도에 네거티브(Nagative)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도 2018년부터 네거티브 방식의 전면 시행을 통하여 신산업 투자에 대한 사전 진입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임에 틀림없다. 이에 국내 산업구조와 여건 등을 고려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수립과 규제 개선을 통해 한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남인석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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