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재계가 'J노믹스'의 이분법에 갇혔다. 문재인 정부 일부 인사들이 재벌과 서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이분법적 접근을 통해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대한 대기업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반(反) 기업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실현되려면 노사정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하지만 기업들은 "노동계는 빠진 채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고 아쉬워했다. 기업들은 특히 문 대통령이 "경총이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지난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획일적으로 추진할 땐 산업현장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부회장은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경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경총의 비판은 지극히 기업 입장에서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며 "현실을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경총은 과거 회원사의 이익만 대변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임금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회원사들에 임금동결을 권고하고 4000만원이상 대졸초임을 낮춰 남은 재원으로 신규채용 확대에 쓰자고 독려하고 있다. 또 초과근로를 축소하고 줄어든 근로시간이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고용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일부 강성노조의 정치파업, 불법파업에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다. 대기업 노무담당자는 "취업자 중심의 노동시장이 정규직을 과도하게 보호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사정위원회를 하루 빨리 복원시켜 일자리정책과 관련한 대타협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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