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재벌을 해체하거나 망가뜨리지 않겠다"고 18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재벌을 때려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경제력이 집중된 4대 재벌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을 통해서가 아닌, 현행법을 더 엄중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내정자는 서울 대한상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벌개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궁극적 목적에 가기 위한 목표"라며 "재벌 역시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하도록 도와드리고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모토로 내건 문 정부에서 재벌개혁이라는 목표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20년간 재벌개혁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왔지만, 재벌을 해체하자고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며 "일자리 대통령이 된다는 소망과 의지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해서도 4대 그룹과 그 외의 그룹들로 구분해 대처하겠다는 방식이다. 김 내정자는 "범 4대 그룹이 30대 그룹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30대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규제기준을 만들기보다는 상위그룹에 집중해서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부실징후를 가진 중하위 대기업들에게는 경제력 집중 억제보다는 구조조정을 더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갖고 있는 재량권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4대 그룹과 관련)법과 시행령에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행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 사안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판단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4대 그룹을 비롯한 시장 경제주체들에게 일관된 메세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4대 그룹들에게 '법을 어기지 마십시오. 더 나가서 한국사회와 한국의 시장이 기대하는 부분을 잘 감안해서 판단해주십시오'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며 "시그널을 재계측에서 모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명확하게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개혁 의지가 과거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혁 의지는 후퇴하지 않았다"며 "다만 한국경제가 변하고 세게경제가 변한 만큼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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