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교수, 아들 병역 논란 우려로 지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에 특사를 파견하고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가안보실장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하자 다양한 추측들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로 취임 9일째를 맞았지만 실장과 비서관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인사 발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안보 라인이 중요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조금 답답하실지 모르나 저희로서는 굉장히 빠르게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 안보실장 후보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대미정책에 관여했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도 물망에 올랐으나, 정 전 대사가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를 이끌게 되면서 사실상 문 교수로 안보실장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 검증 과정에서 문 교수 아들이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게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논란이 커질 경우 정권 초반 국정을 이끌어가는 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돌발변수로 청와대 비서진 인선 퍼즐이 꼬이자 당초 주한 미국대사 또는 외교부 장관 내정설이 돌았던 정 전 대사가 안보실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전 대사는 외교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크게 관여해 왔다. 최근에는 청와대 외교안보TF 단장으로 사실상 안보실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 알력으로 인선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꾸렸던 대규모 캠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내정했으면 곧바로 발표를 해야지 무엇을 망설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권력 내부의 다툼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썼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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