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응 신호탄, 세븐일레븐 무인점포 오픈 현장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미래형 편의점이 단순한 '뉴 콘셉트' 매장이 아니라 한국 유통업 발전에 기여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장(場)이 될 수 있길 바란다."
1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열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개장식은 단순한 첨단 편의점 소개 행사가 아니었다. 롯데그룹은 이 편의점에 미래와 희망을 담았다.
개장식에는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이사,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김영순 롯데기공 대표이사,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비롯한 관련 임직원들이 총출동했다. 내부 경영권 분쟁,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보복 등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유통업의 미래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정승인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번 개장식은 대한민국, 그리고 롯데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 미래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편의점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단상에 서기 전에는 환하게 웃으며 양 손가락을 쫙 펼쳐 들어 보였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적용된 '핸드페이(HandPay)' 기술을 의미하는 제스처다.
개장식에 참석한 계열사 면면에서 알 수 있 듯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는 롯데그룹의 주요 역량이 집중됐다.
우선 핵심 기술 핸드페이는 롯데카드의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다.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한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암호화한 난수값으로 변환해 롯데카드에 등록한 뒤 결제 시 간단한 손바닥 인증만으로 본인 확인 및 물품 결제가 되도록 했다. 참석자 중 정 대표가 가장 먼저 핸드페이 정보를 등록했다.
핸드페이 정보 등록을 마치고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를 통해 매장에 들어갔다. 1500여개의 다양한 상품과 함께 첨단 장비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무인 계산대는 360도 자동스캔을 한다.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빠르게 바코드 위치를 찾아 인식한다. 또 객체 인식 솔루션을 탑재, 스스로 개별 상품의 부피를 인식하고 상품이 겹쳐져 있을 시 오류를 자동으로 인지한다. 상품 스캔 완료 후엔 사전 등록한 핸드페이 정맥 인증 절차를 통해 간편하게 연계된 신용카드(롯데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시행 초기인 만큼 보안 강화 차원에서 무인 계산 시 휴대전화 번호를 우선 입력한 뒤 정맥 인증 절차를 거치게 했다고 세븐일레븐은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당초 기대보다는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다.
카운터 공간이나 계산원은 별도로 없다. 그럼에도 25평 규모 매장에 근무자는 3명이나 된다. 근무자들은 고객 문의 응대나 청소, 상품 발주·진열 등 전반적인 매장 관리·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도시락과 우유, 음료 등을 고르려 냉장 시설 근처로 갔더니 문이 저절로 열리며 냉기가 새어나왔다. 전자동 냉장 설비다.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에너지도 절약한다.
담배는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를 통해 판매한다. 국내 최초 정맥 방식 성인 인증 담배 자판기다. 46인치 대화면을 통해 놀이처럼 재밌게 상품을 고르고 손 하나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정맥 인식을 통해 성인 인증을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구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 밖에 전자 가격표, 스마트 CCTV 등을 도입했다. 전자 가격표는 2.9인치와 4.2인치 두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상품 정보(상품명, 판매 가격)와 함께 행사 정보를 포함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코드도 삽입돼 있어 할인 쿠폰이나 상세 상품 정보 등 모바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능형 CCTV는 영업 시간외 비인가자의 무단출입을 막는다. 화재로 인한 연기 발생 시 이를 감지하고 알람을 통해 안전 관리를 돕는다. 이어 점내 구역별 이동 인원이나 체류 시간을 세어 매장 기초 운영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롯데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마트, 백화점, 슈퍼 등에 핸드페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교통·건설·의료·공공 등 다른 산업 영역과도 협력해 신(新)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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