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식품 포장 겉면에 붙은 ‘무항생제’, ‘유기농’인증은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인식되지만, 아직도 수산물 분야에 있어서는 무항생제인증 등이 생소한 게 사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20년 전부터 지속 가능하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남다른 방식으로 물고기들을 키워온 곳이 있다. 물고기들의 고향의 청년 직원 이한호씨를 통해 유기 수산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떻게 물고기들의 고향에서 일하게 되었는가.
시작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2006년 물고기들의 고향에 인턴으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기적의 사과>(이시카와 다쿠지 저)의 책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자연재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재배에 매료되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수산양식학과를 들어갔다. 알면 알수록 수산양식 분야에도 자연재배와 같이 생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지.
아마도 건강의 중요성은 건강을 잃어본 사람이 가장 크게 느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모부께서 사업을 하시면서 이런 저런 술자리나 스트레스 등으로 암에 걸리셨고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생명과 관련되거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키운 물고기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 예전에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이슈가 되었다. 몸의 여러 부분에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질병이다. 단백질은 몸의 구성성분이자 면역세포를 만드는데, 단백질을 만드는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백질에서도 독성성분이 생긴다.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라는 다큐멘터리도 바로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음식에서 스트레스와 독성성분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어떤 단백질을 먹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유기수산단백질 공급이라는 가치관을 위해 물고기들의 고향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물고기들의 고향에서는 수산물에 유기농이나 친환경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유기농 수산단백질을 위해 생긴 회사이다. 그래서 바다 오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메기나 장어 같은 민물고기들을 수조가 아닌 노지 저수지를 고집하며 키우고 있고, 항생제나 화학적 약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두 가지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수조에서 키우는 게 물고기를 잡기에도 훨씬 편하지만, 노지에 있으면 곤충, 하루살이, 잠자리며 온갖 생명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그래서 물고기들이 곤충도 먹을 수 있고, 자연적으로 생기는 미생물을 통해서 건강해진다. 장어의 경우에는 노지에서 키운 것과 수조에서 키운 것이 서로 맛이 다르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수조가 노지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는 후배가 연구소에 다녔는데 수조에서 키우는 물고기 상태가 안 좋으면 교수님께서 “좀 더 푸르게 좀 더 푸르게 해라” 한다고 하더라. 항생제인 OTC(옥시테트라사이클린)을 뿌리라는 말이다. 이걸 뿌리면 물이 파랗게 되는데, 물고기들이 빨리 좋아지니까 많이 쓰는 것이다. 순식간에 어병은 나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물과 노지의 저수지는 오염이 된다. 그리고 그 약품이 계속 남아서 물고기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엄격하게 이 두 가지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아프신 분들이 물고기들의 고향에 여러 해 동안 건강하게 키운 민물고기들을 드시고 많이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이다. ‘미국 농부 조엘의 혁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의사들이 이 사람의 고기를 먹으라고 추천을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 의학에서 약으로만 치료할 수 없는 원인도 모르는 질명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사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음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들이 많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거짓말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지만, 먹어서 몸이 말하는 것은 믿어도 좋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결국 내 몸은 나이테처럼 내가 만든 역사이고, 아플 때도 나를 돌아보고 습관을 살펴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내 몸은 내가 만든 역사라는 생각을 갖고, 그 역사에 좀 더 건강하고 올바르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셨으면 좋겠다.
온라인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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