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격 고공행진에 서민들 한숨
업체들, 국정 혼란·대선 정국 틈타 줄줄이 가격표 바꿔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지난해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는 먹거리 가격이 새 정부 들어 잡힐 지 주목된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민생 안정을 최대 목표로 삼은 문재인정부에 있어 고물가는 일단 해소하고 가야 할 선결 과제다.
10일 정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농·축 ·수산물, 가공식품 할 것 없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서민들 한숨 소리를 키우고 있다.
신선식품은 지난 정부의 수 차례 가격 안정책 추진에도 좀처럼 상황 개선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달걀 가격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신학기를 맞은 학교와 행락철 수요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오름세다. 8일 현재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874원으로 평년 가격(5647원) 대비 40% 가까이 높다. 평년 가격은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1년 전(5263원)보다는 49.6% 비싸다.
달걀과 함께 닭고깃값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이달 육계 1kg 산지가가 도계 마릿수 감소 영향에 1년 전(1258원)보다 42.6~53.6% 상승한 생체 kg 당 1800~2000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달 최장 11일의 황금연휴와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동 이후 대체 수요 등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
8일 기준 한우 등심(100g 1등급·7672원) 소매가는 평년 대비 22.3% 높다. 한우 갈비(100g 1등급·5215원)는 20.4% 비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2071원) 가격은 15.7% 높다. 대파(1kg 상품·3036원), 마늘(깐마늘 1㎏ 상품·1만292원) 등 양념류 채소 가격은 평년보다 각각 17.8%, 26.8% 높다. 당근 상품 1kg(3844원)은 23.2%, 무 상품 1개(1974원)는 35% 비싸다.
라면, 맥주, 치킨, 햄버거 등도 줄줄이 올랐다. 대통령 선거 전날에조차 사이다와 콜라 등 음료 가격이 뛰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일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밀키스, 레쓰비, 실론티, 솔의눈, 핫식스 등 7개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향후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망에서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칠성음료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가격표 교체 이유로 들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새 정부 눈에 띄기 전에 미리 움직인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앞서도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끊이지 않자 제조업체들의 꼼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정 혼란으로 인한 권력 공백기를 틈타 업체들이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렸다는 의혹 제기다.
지난해 11월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코카콜라는 같은 달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상향 조정했다. 이어 하이트진로가 하이트와 맥스 등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33% 인상했다. 대표 서민 먹거리인 라면 가격도 올랐다. 삼양식품은 지난 1일부터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짜짜로니 등 주요 브랜드 제품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신라면, 너구리 등 12개 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이 밖에 BBQ가 지난 1일부로 황금올리브치킨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품목별로 8.6~12.5% 인상하면서 다른 치킨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여지가 많아졌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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