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에 제 값주고 산 예약 가입자 '부글부글'
남들보다 먼저 쓰기 위해 신청한 충성팬
출시 2주도 안된 상황서 실구매가 폭락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예약판매 가입자는 호구인가요?"
LG전자 'G6'에 이어 삼성전자 '갤럭시S8'까지 출시 초반 막대한 불법 보조금이 유포되는 소위 '대란'이 일어나면서 예약판매 가입자들이 뿔이 났다. 불과 2주 전만해도 80만~90만원에 구입한 플래그십 모델이 하루 아침에 20만원대에 거래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 가입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예약 가입한 사람이 바보다", "다시는 예약가입을 하지 않겠다" 등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7일부터 17일까지 갤럭시S8의 예약가입을 받았다. 예약가입의 흥행을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 '레벨 박스 슬림'(9만9000원) 및 '삼성 덱스(Dex)'(15만9000원) 등의 사은품을 줬을 뿐 아니라 출시 3일 전 먼저 개통해 쓸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이에 100만4000명이 갤럭시S8을 예약했다. 이는 역대 갤럭시 예약 판매 중 최고치다. 지난해 8월 갤럭시노트7 예약 가입은 13일 동안 진행되면서 총 45만대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3월 2일부터 9일까지 8일간 G6 예약 가입을 받았다. LG전자는 G6 예약 가입자에게 액정 파손 1년 무상 수리 혜택을 줬다. G6 예약판매량은 LG 스마트폰 사상 최대인 8만2000대에 달했다. 예약 판매 건수 중 40% 가량이 실제 개통되면서 이틀 만에 3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출시 2주일이 안된 시점에서 실구매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달 25일 일부 집단상가 및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6만원대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LG G6가 최저 18만원에 판매됐다. G6의 출고가는 89만9800원. 6만원대 요금제에선 12만4000원~15만1000원의 공시지원금이 책정됐다. 불법 보조금이 약 55만원 지급된 셈이다.
지난 3일 갤럭시S8의 실구매가는 15만원까지 떨어졌다. 갤럭시S8 64기가바이트(GB) 모델의 출고가는 93만5000원. 6만원대 요금제에서는 공시지원금 13만5000원~15만8000원을 준다. 하지만 갤럭시S8 역시 6만원대 요금제를 가입하고 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불법 보조금이 65만원이 지급됐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국내 스마트폰의 예약 판매는 사실상 마케팅용이다. 아이폰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들보다 먼저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한 자발적인 예약 가입이다. 반면 갤럭시 시리즈나 LG G시리즈는 제조사가 출시 초반 제품이 흥행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사은품을 걸고서 예약 가입자를 유치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예전처럼 출시와 동시에 불법 보조금이 대거 책정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예약 가입을 신청한다. 사은품을 중고로 팔아 현금화하는 전략이다. 물론 충성도 높은 팬들은 남들보다 먼저 써본다는 인식도 한다.
하지만 이번 두 차례 대란으로 예약판매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갤럭시S8의 경우 출시 초반 붉은 액정, 와이파이 문제 등 제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만큼 자발적인 예약가입자가 적은 상황에서 갑자기 50만~60만원의 보조금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예약가입을 신청하기보다 일정 기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그에 따라 출시 초반 제품 흥행을 홍보하려는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