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베드·무역 거점만 두고 나머지는 가급적 빨리 정리할 방침
현지화 실패에 사드 이슈까지…최근 4년 누적 적자액 1500억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오종탁 기자] 이마트가 중국에서 1~2개 점포만 남기고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25일 "지난해에만 21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중국 사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총 6개 매장 중 1~2곳을 테스트베드 혹은 무역 거점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게 중·장기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수 대상 매장은 가급적 빨리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임차 건물은 조기 철수 시 보상금을 내야 하지만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점포 1개를 폐점하는 데는 1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하이 라오시먼점처럼 임대 계약 종료와 맞물려 자연스레 나오면 상대적으로 폐점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다른 점포들의 경우 남은 임대 기간에 따라 지불해야 할 보상금액이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1997년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다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이어와 6개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상하이의 중국 1호점(취양점) 문을 닫았고, 이달 말 임대 계약이 끝나는 라오시먼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을 최소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특히 중국 이마트는 현지 중간 도매상 등과 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이번 결단을 내리게 됐다.
중국 내 한국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 대부분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 중단이 끝나면 점포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은 이마트가 중국에서 사실상 실패했지만 국내에선 내실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대만 업체들이 선점한 중국 할인점 시장에서 이마트가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중국 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은 활발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트는 울산 학성점 등 부실 점포를 폐점하고, 하남점의 잔여부지·평택 소사벌 부지 등을 매각하는 등 비효율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며 "10개 정도로 추정되는 부실 점포들을 폐점하거나 (전문 매장 등으로) 업태를 전환하면 할인점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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