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연합회, "정부 지원금 차별로 학부모 선택권 박탈"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하자 사립유치원들은 크게 반색했다. 상당 수 국민들이 단순히 공립 대 사립의 이분법으로 유치원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유아교육 자체가 전면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공립과 사립 구분 없이 공평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를 주최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전국 사립유치원 4200여곳 가운데 80% 이상이 회원사로 가입된 사립유치원 단체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정부지원금을 평준화해달라며 교육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연합회 최성균 홍보국장은 "안 후보가 평소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을 것이다.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억제하겠다는 발언 역시 당장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고 설립 자체도 어려운 단설 대신 기존에 있는 사립들에 지원하는 편이 국가적으로나, 학무모들 입장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점에 동의하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현재 정부가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지원에 차별을 두고 있어 학부모들이 사실상 선택권을 박탈당했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공립으로 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합회가 지난 2014년도 교육부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에게 매월 98만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사립유치원에는 3분의 1인 약 31만원만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국공립유치원 학부모는 매달 1만원 가량 추가로 부담하면 되는 반면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평균 22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납부하는 상황이다. 별도의 차량운행비나 특별활동비 또한 추가된다.
만일 정부가 학부모부담인인 이 22만원만큼을 사립에 지원하게 되면 학부모들은 적어도 '비용' 때문에 국공립을 선호하는 현상이 없어지고, 오히려 공립 못지 않은 체계적이고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립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득수 연합회 이사장은 "학부모 모두 같은 국민인데 국공립 학부모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사립 학부모는 자부담으로 유치원을 보내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인구가 감소하고 이미 유치원 숫자가 포화인 상태에서 정부가 추가로 세금을 들여 단설유치원을 짓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땅값과 건축비가 비싼 서울의 경우 100~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단설유치원 1곳을 짓는데 적어도 1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회 소속인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서울의 경우 단설유치원을 지을만한 적정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유치원이 부족한 지역에선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병설유치원을 운영하면 되지 굳이 기존 사립유치원의 경영을 위협하면서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지원금 투입 후 관리감독이나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득수 이사장은 "사립유치원은 부지(교지)나 설립자금 모두 개인이 투자한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이란 게 실제로 학부모들에게 지원하는 돈이지, 사립유치원에 주는 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연합회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누리과정 예산이나 교사처우개선비 등 정부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각 유치원이 정기적으로 교육청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불응할 경우 행정지도가 내려온다"며 "동일하게 지원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높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유치원 완전무상교육이 실현되고 학부모들이 공립과 사립 유치원을 같은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무르익으면 상황도 차차 변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이 공립과 동일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아동 숫자가 적은 농어촌 읍·면지역이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유아에 대한 교육은 대부분 국공립이 책임지고 있다"며 "시설이나 규모, 교육 수준이 제각각인 사립유치원이 과연 어느 정도의 경비를 갖고 운영이 돼야 적정한지에 대한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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