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부장]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안철수의 사퇴는 아름다울 뻔 했다. 그러나 뒤끝은 찜찜했다.
찜찜했던 두 정치인은 19대 대선에서 양강 구도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당시만 해도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대권 경쟁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상상 속의 봉황이 광화문 거리를 활개치고 다니는 것만큼 비현실적인 구도였다.
전통적인 보수당은 궤멸하고 중도ㆍ보수의 표심이 난파선의 '보트피플'처럼 방황하는 기현상은 이번 대선을 예측 불가의 무대로 만들었다. 어느덧 안 후보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문재인 대세론은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맞대결은 이번에도 아름답게 마치기는 어려울 듯싶다. 양강 구도가 견고해질수록 두 캠프간의 네가티브 공방은 점점 산으로 치닫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구태 세력들이 안철수를 '렌트'해 정권연장을 기도한다는 프레임의 덫을 쳤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반대파를 적으로 모는 문 캠프의 패권주의에 대해 연일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끝이 좋을 리 만무하다.
국민들은 이미 정권교체를 '상수'로 놓고 대선판을 읽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안철수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찌 보면 이번 대선의 핵심 문제일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등으로 실망한 중도ㆍ보수층의 지지에 힘입어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안 후보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대세론이 압도적이지 못한 한계 탓이다.
안 후보는 지지율이 10% 선에서 답보를 하다 각당의 경선이 완료된 시점부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과시하고 있다.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을 거친 중도ㆍ보수층의 보트피플 표심을 담아내는 모습이다.
문제는 투표에서 결정적 요인인 확장성과 충성도 여부다. 지지층의 충성도는 문 후보가 앞선다. 확장성은 안 후보가 유리한 국면을 이끌고 있다. 뒤집어 보면 상대방의 장점이 서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후보 개인이 아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 여부도 변수다. 누가 집권해도 연정을 포함한 협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속한 정당을 놓고 보면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40석에 불과한 소수 정당의 한계가 아픈 대목이다. 반면 119석의 민주당은 견제심리의 덫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DJ와 노무현 정부의 적자인가를 놓고도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 호남 정서라는 같은 텃밭을 가진 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당면과제다. 따라서 투표일 전까지 두 후보의 정체성 논란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토끼를 상대방에게 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빌 클린턴은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문에서 "21세기로 가는 다리를 놓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의 가교 역할을 화두로 끄집어낸 것이다. 국민의 선택은 과거에 대한 심판도 중요하지만 누가 미래를 책임질만한 리더인지를 놓고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두 후보를 선택하는 여러 기준이 존재하지만 결국 미래에 대한 선택이 후보를 결정짓는 지렛대가 되지 않을까.
정완주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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