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단과대별 학생 선발 방안 강행
학생·교수 집단 반발… "2015년 광역모집제 강행 '악몽' 재현하지 말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중앙대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공 대신 단과대 단위로 정시 신입생의 20%를 뽑는 방안을 추진해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11일 중앙대학교 학생과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에 따르면 중앙대는 2018년부터 일부 정시 모집 인원을 단과대학 단위로 선발하는 '전공개방 모집제도' 도입을 이날 임시교무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총학생회장 및 각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이날 대학 본부 3층 교무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학교 측이 의견 수렴 없이 강행했다며 이를 반대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운영위는 "전공개방 모집제도를 논의할 시기는 충분했고 앞으로도 충분하다"며 "임시교무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학생, 교수, 대학본부 대표자로 구성된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진정으로 소통하라"고 주장했다.
전공개방 모집제도는 전공이 아닌 단과대학 단위로 정시 모집 신입생의 20%를 선발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2학년 때 성적순으로 전공을 배정받는다. 제도 내용 자체도 부족하지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중앙대 측은 지난달 24일과 29일에는 학과장을 대상으로, 지난 3일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전공개방 모집제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4일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개방 모집제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3일 만인 7일에는 임시교무위원회를 열어 공대 2018학년도 우선시행 단과대 4개(공대, 경영경제대, 생공대, 창의ICT공대) 중 경영경제대를 제외한 3개 단과대의 구체적인 입학정원 구조(가안)를 결정했다. 오는 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전공개방 모집제 도입에 대해 보고 및 심의를 앞두고 급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0일 '대학본부는 일방적 전공개방정책을 중단하고, 학생, 교수들과의 소통에 나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회과학대학 교수진도 "전공개방 모집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할 사안인 만큼 지금처럼 일방적인 추진과 시행은 교육적, 학문적 파장을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됐다"며 "계획안 자체도 학과(부) 별 전공개방 모집 비율, 전공배정 방법, 입학 후 타 전공 탐색 방법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한 내용이 매우 미흡해 극심한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도 전공개방 모집제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규탄 성명서를 최근 내놓았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방효원 의과대학 교수는 "학교 측은 설명회 당시 학과장들을 통해 학과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학과장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입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지난 2015년 학교를 혼란케 했던 '모집단위 광역화' 강행 당시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앙대학교는 지난 2015년 모든 학과와 학부를 폐지하고 전 신입생을 광역단위로 모집하겠다는 입시안을 밀어붙였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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