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ㆍ브로드컴은 20조원 이상 써낸 듯…일본 정부는 여전히 자국 내 원매자 물색 중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회사 '도시바메모리' 지분 매각 입찰에서 대만 훙하이(鴻海)정밀(폭스콘)과 한국의 SK하이닉스, 미국의 브로드컴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예비 입찰에 참여한 세 업체 모두 가격을 2조엔(약 20조원) 이상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업체 가운데 훙하이가 3조엔을 제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예비 입찰에 참여한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도시바와 일본 정부는 여전히 자국 내 원매자를 물색 중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일본 정부의 한 관리는 자국 정부가 중국 본토 기업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메모리가 중국 기업에 팔릴 경우 기술과 인재 유출로 중국이 업계를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훙하이는 샤프를 인수할 때처럼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훙하이의 공장들이 중국에 있어 향후 설비를 중국으로 옮길 경우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SK하이닉스는 일본 투자자들과 공동 입찰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도시바메모리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이는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일본 정부를 의식한 것이다.
브로드컴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공동 입찰을 검토했다. 그러나 독자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도시바의 쓰나가와 사토시(綱川智)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원매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 매각 진행에도 상장폐기 위기까지 내몰리자 2ㆍ3월 두 차례 연기한 결산발표를 11일 감사법인의 승인 없이 강행할 듯하다.
도시바는 이미 두 차례 연기한 2016년 4∼12월 연결결산을 이날까지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아침까지도 감사법인의 결산 적정성 승인을 받지 못했다.
도시바는 일본 유력 기업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3번째 결산연기나 상장폐지가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감사법인의 승인 없이 '한정적 의견 표명' '의견 불표명' 조건으로 결산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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