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권자들은 출자전환가 인하 요구…채권시장은 이미 P플랜 돌입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박나영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마련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을 놓고 국민연금공단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제공한 자료가 부족해 생사여부에 대한 판가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은 손실 최소화에 최대 방점을 두고 있다. 채무조정안 찬반과 관계없이 분식회계로 입은 회사채 손실이 막대한 탓이다. 국민연금이 전날 투자위원회에서 관련 소송을 확대하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다음 주로 예정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대해 5일 투자위의 논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사채권자들, 출자전환가 낮춰라 = 국민연금 내부에는 반대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계획을 믿고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전환 후 주식 값으로 책정된 4만350원이 10배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서다. 법정관리 이슈가 발생하면 남은 절반의 회사채 원금도 건질 수 없다. 여기에 국민적 질타를 받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우정사업본부 등 사채권자도 국민연금과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주당 4만350원의 출자전환가격 조건이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출자전환 주식은 시가 기준인데도 지난해 7월 거래정지일 주가 대비 10% 할인만 적용했다는 것이다. 거래 정지 중인 대우조선은 재거래가 불확실하다.
기적적으로 거래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채권자들은 5000원대를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출자전환을 통한 회수율은 12.3%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 관계자는 "대주주 산은은 대우조선 79.05%를 이미 1원으로 평가해 전액 손실처리한 상황"이라며 "사채권자의 대우조선 제공 여신 대비 실제 출자전환 비율은 50%로 산은ㆍ수은 9.4%, 시중은행 20.8%보다 현저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채권자들은 출자전환가격을 낮추고, 시기를 주식 거래 재개 이후로 결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 재개 후 일반 공모방식을 채택해 일정 기간의 가중평균주가에서 30% 할인해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은 영구채 금리 연 1% 제시 = 산은과 정부는 "수은의 영구채 매입 금리를 연3%에서 1%로 낮춰 주겠다"고 추가 부담을 제안했다. 사채권자가 받는 연 1%와 동일한 수준이다. 사채권자들의 형평성 문제 제기를 수용한 것이다. 수은은 1조2848억원의 무담보채권을 영구채 매입 방식으로 출자전환에 참여한다. 기존 매입한 영구채 금리도 1%로 낮추기로 했다. 수은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당시 대출해준 1조원을 지난해말 영구채로 돌렸다. 선수금환급보증(RG)은 '2차 보증(복보증)' 방식으로 시중은행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산은이 우선 RG 발급을 책임지고, 사고가 났을 때 시중은행이 2차로 들어가 산은의 손해를 메워주는 방식이다. 앞으로 대우조선이 선박을 수주하면 산은이 먼저 RG를 발급한다. 시중은행은 이에 5억달러 한도로 2차 보증을 선다. 대우조선의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산은이 발주처에 돈을 물어주고, 그 비용을 시중은행에 청구한다. 이후 시중은행이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 산은이 지출한 비용을 보상해준다. 이후 산은ㆍ수은은 같은 순위로 각각 6억달러, 14억달러 한도로 보증을 선다. 산은ㆍ수은 RG 한도가 모두 다 찰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10억달러 보증에 나선다. 산은은 오는 7일까지 시중은행에 확약서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채권시장은 P플랜 돌입 '폭락'= 회사채 시장 상황은 이미 P플랜 모드다. 장내채권시장에 상장된 대우조선 회사채 5종목 모두 액면가 1만원인 채권값이 3000원대 중반까지 폭락했다. 5일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6-1(4400억원)은 360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는 21일 만기인 이 채권은 지난달 정부의 '50% 출자' 방안이 나오면서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도 폭탄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자전환비율이 50~80%로 책정되면서 투자자회수율은 대우조선 주식가치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조선업 전망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른기업가치변화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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