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사모운용사 3월말 100곳…지난해1월 대비 3배 이상 늘어
상품 차별화 없고 수익률 감소…과반수가 적자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사모펀드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모펀드 시장이 커졌다. 그러나 너도 나도 전문사모펀드(일명 한국형 헤지펀드)에 뛰어들며 수익률이 줄고 차별화도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문사모운용사는 지난해 1월말 31사에서 올해 3월말 100사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운용사 수에서 전문사모운용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말 전체 운용사 105개사 중 29.5%에 불과했던 전문사모운용사는 지난해말 전체 165사 중 91사로 55.1%에 달했고 지난 3월말에는 57.1%가 됐다.
신생 회사와 더불어 투자자문사들이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더욱 급증했다. 지난해 설립된 72개의 전문사모운용사 중 4개사가 신설됐다. 32개사는 투자자문사에서 전환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그로쓰힐자산운용 등이다. 올 들어서도 새로 생긴 7사의 전문사모운용사 중 6사는 신설법인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문사에서 전환한 에스아이케이자산운용사다.
이들이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도 같이 불어났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 250개, 설정액 6조6500억원에서 올해 3월말에는 307개, 설정액 7조50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설정액 기준 2015년말 3조원에서 두 배 이상 불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49명 이하의 소수 투자자에게 최소 1억원 이상씩 투자를 받는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진입 문턱을 낮춘 영향이다.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자기자본은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전문 인력은 3명 이상이면 설립 가능하며 예전에는 공모펀드 운용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금융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만 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사모펀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상품별 차별화가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지난해 이후 설정된 한국형 헤지펀드의 54%가량이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기준 토러스대체투자2호의 올해 수익률은 -12.06%, 쿼드 Definition31호는 -9.1%,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메자닌2호는 -6.85%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문사모운용사의 51.4%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 것도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문사모펀드운용사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채권, 파생형, 부동산, 메자닌 등에 투자하는데 운용사별로 상품 구조 차이가 별로 없고 운용인력도 많지 않아 사모펀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성과가 좋은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국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장은 "현재 폐업한 회사는 없지만 시장진입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로 실적이 미미하거나 손실을 기록한 회사가 많아 살펴보고 있다"며 "운용자산과 손익추이, 특정 부문ㆍ시장으로의 자금쏠림 등 리스크요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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