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 강남권과 경기 과천의 아파트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었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분양가가 넘어서면 보증을 내주지 않는 식이다. 최근 일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강수를 뒀다.
31일 보증공사는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마련해 곧바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4구와 경기 과천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강남4구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 전 지역과 부산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는 우려지역으로 지정됐다.
관리지역에서 고분양가 사업장에 해당되면 보증거절, 우려지역에서는 본사 심사 후 보증취급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현행 규정에서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분양보증이 필수다. 국내 분양보증 기관이 HUG가 유일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기준을 공표한 건 보증거절이나 심사를 깐깐히 하면서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심산이다.
고분양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인근기준으로 하면 사업장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따져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다. 비교대상 아파트는 입지나 세대수, 브랜드가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를 우선으로 하고 없으면 분양 진행중인 아파트, 준공아파트 순서로 정한다.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분양가나 최고 분양가가 해당 지역에서 입지나 세대수, 브랜드가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나 최고 분양가를 넘어서는 경우다. HUG는 "서울이나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은 기반시설이나 입지가 우수하고 신규 공급이 부족해 고분양가로 분양을 성공했을 때 타 지역으로 고분양가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보증 권한을 쥔 HUG가 이 같은 기준을 대외적으로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 같은 기준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만 대상으로 했으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었다. 이번에 송파구, 강동구와 과천이 새로 포함됐다. 과천에서는 최근 한 재건축조합의 시공권 입찰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일반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주기로 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해 중순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을 때도 사업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어 보증을 내주지 않은 적도 있다. 당시 개포주공3단지 조합은 결국 HUG가 의도한 대로 인근에서 직전에 분양한 단지보다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를 매겼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가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되면 입주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쳐 미입주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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