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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가장 슬펐던 항구와 작별… 팽목항 떠나는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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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 세월호와 함께 목포신항으로 이동
3년간 머물렀던 팽목항 떠나… 권오복씨 "우리에겐 새로운 출발"


[르포] 가장 슬펐던 항구와 작별… 팽목항 떠나는 세월호 31일 오전 참사 1080일만에 세월호 선체가 사고해역을 떠나 목포신항으로 출발했다. 미수습자 가족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가 해수부 선박을 타고 선체를 실은 화이트마린호를 지켜보고 있다.(사진=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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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김민영 기자] "지지 않는 꽃이 되어 노랗게 피어라."


진도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이 문구들은 세월호와 유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듬으며 '가장 슬픈 항구'가 된 팽목항과의 작별을 고했다.

세월호 본체가 목포신항으로 떠나는 31일. 동이 트려면 한참 멀었지만 적막했던 팽목항 일대는 이날 새벽 4시30분께부터 장대비와 함께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새벽 5시30분께 팽목항 인근 서망항에서 고속단정을 타고 세월호 인근 해역으로 이동, 이곳에서부터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어업지도선을 타고 세월호와 마지막 항해를 함께 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는 예정대로 이날 오전 7시 목포신항 철재부두로 출발했다. 지난 25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완전히 끌어올려진 지 6일 만이다. 세월호는 시속 18㎞ 속도로 목포신항까지 105㎞ 거리를 운항한다. 운항 소요시간은 약 8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께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르포] 가장 슬펐던 항구와 작별… 팽목항 떠나는 세월호 31일 세월호 선체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가사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소아 기자)


서망항을 떠나기에 앞서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 등은 분향소에 들러 가족들의 사진을 물끄러미 처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후 사진과 위패, '세월호엔 아직 다윤이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 등을 상자에 담고 서망항으로 향했다.


박영인군의 어머니 김선화씨와 남현철군의 어머니 등 2명은 전날 목포에 거처를 마련하고 미리 이동했다.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홍환씨와 동생 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의 가족 권오복씨 등은 남아서 3년 간 지낸 팽목항 컨테이너 숙소와 식당 등의 시설을 정리하고 목포신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허씨는 "오늘은 또 왜 비가 오나. (간밤에) 별도 떴는데"라며 서망항으로 향하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배웅했다.


전날 한 숨도 잠을 못 잤다는 이금희씨는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차례로 부른 뒤 "우리는 2014년 4월16일 그 자리, 그 날에 머물러 있다"며 "9명을 찾기 위해 따라가야 한다"고 말한 뒤 세월호 인근 해역으로 향하는 고속단정에 올랐다.


세월호 본체의 이송을 하루 앞둔 전날 저녁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인근에는 적막이 가득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향 몇 개만이 타오를 뿐 새롭게 이곳을 찾는 이도, 빠져나오는 이도 없었다.

[르포] 가장 슬펐던 항구와 작별… 팽목항 떠나는 세월호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 전날인 3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비어있다.


1080여일 동안 이 자리를 지킨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착잡함과 두려움, 또는 기대를 품고 팽목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권오복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단 하루도 진도를 떠나지 않았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권씨는 이날 밤 9시 경 잠자리에 들기 앞서 잠시 허한 마음을 달래려 담배를 피려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권씨는 "착잡하지도, 아쉽지도 않아. 새로운 시작이고 출발이니까"라고 읊조렸다. 이어 "그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왔고 많은 일들이 진행됐다"며 "하지만 우리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이제서야 겨우 한 걸음 내딛은 셈"이라고 말했다. 술기운에 불콰해진 얼굴로 웃어보인 권씨는 담배 두 개비를 연이어 태운 뒤 숙소로 들어갔다.


허홍환씨는 이날 딸을 만난다는 생각에 이발을 했다. 허씨는 "다윤이가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며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착잡한 마음에 "할 말도 없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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