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명' 중 1위에 테오 엡스타인을 올렸다. 2위는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다. 엡스타인은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시카코 컵스를 이끈 사장이다. 데이터로 운동선수의 야구실력을 분석해 유명한 엡스타인은 2011년 컵스 사장으로 온 후 실력보다는 인성이 좋고 남을 배려하는 선수들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소통과 배려하는 것이 성공한다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묘하게도 이번에 미국인과 중국인이 글로벌 리더 1, 2위로 나란히 선정되면서 지금의 미국과 중국의 모습이 겹쳐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지금 미국을 보면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가 많이 느껴진다.
지난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규제 철폐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국의 석탄산업을 살리려고 세계가 우려하는 탄소배출량을 늘리겠다고 한다.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3141km)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밀어붙인다. 그것도 힘이 약한 멕시코에 비용을 부담시키겠다고 한다. 21세기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때에 현대판 '만리장성'이라니 세계는 경악을 한다. 글로벌 리더 모습은 사라졌다.
이를 보는 중국은 내심 자신의 과거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중국은 2000년 전에 야만족의 침입을 막겠다고 '만리장성'을 쌓아 결국은 민족의 창의성과 혁신을 막고 고립을 자초했다. 결과 타민족에 두 번이나 나라까지 넘긴 아픈 교훈이 있다. 지금 미국이 쌓겠다는 장벽은 상징성이 더 크다. 오픈 마인드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불러들여 창의성과 혁신으로 오늘의 성공을 거둔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세계를 이끌어 오던 국가가 자기만 살겠다고 리더 역할을 안 하겠다고 하니 그 다음 국가라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지 경제, 대외관계, 정치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자.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이 20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보면 2020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1.9조달러, 중국은 16.5조달러로 전망한다. 2000년 미국의 GDP는 10.3조달러로 중국의 8.5배(1.2조달러)에 달했다.
대외관계를 보면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는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겪고 있는 영토분쟁이다. 중국은 청나라 시기에 제국주의 열강에 수백만㎢에 달하는 영토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영토문제를 핵심이익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민감하게 대응한다.
둘째는 북한의 핵문제이다.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한국 및 미국과 갈등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은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세계가 지켜보는데 중국에 우호적이던 한국까지 적으로 만들면 누가 중국에 가까이 다가 가겠는가. 중국이 과거 실크로드 영광을 찾기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도 주변국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시스템을 보면 중국은 글로벌 리더로 가기에 갈 길이 멀다. 세계 주류 국가 모두 민주화 시스템인데 중국이 공산당 통제를 고집하면서 다른 국가들을 이끌 수 있는가, 또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높아지는 민주화 요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 대만의 경험을 참조하여 공산당 상층부에서부터 정치 민주화를 단행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세계는 한동안 글로벌 리더십 없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이고 '망하는 조직은 내부부터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빨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합쳐 스스로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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