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불화설 일축…"글로벌 기업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 1위 현대기아차와 타이어 업계 1위 한국타이어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과거 끈끈한 사업 파트너였는데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마다 한국타이어 제품이 배제되고 다른 업체 타이어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품질문제가 불거진 후 양사간 갈등설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한국타이어 밀어내는 현대기아차?=이달 초 나온 쏘나타 뉴라이즈부터 보자. 일각에서는 쏘나타 최상위 트림에는 미쉐린 타이어가, 나머지 트림에는 금호타이어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타이어도 일부 물량이 공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양사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쏘나타에 17~18인치 타이어를 공급한다. 택시와 렌터카에 주로 들어가는 16인치 타이어도 금호타이어와 함께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 출시된 신형 모닝을 두고선 양사 답변이 엇갈린다. 현대기아차는 납품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한국타이어는 납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측의 자료를 봤더니 타이어 공급업체 명단에는 한국타이어가 없다. 13인치는 금호타이어, 14인치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15인치는 컨티넨탈, 16인치는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로부터 공급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전 모델에서 13~15인치 타이어를 공급한 한국타이어로선 손해를 본 측면이 있다.
지난해 11월 공식 출시 후 인기를 잇고 있는 신형 그랜저(IG)는 어떤 신발을 신었을까. 신형 그랜저의 18~19인치 타이어는 모두 프랑스산 미쉐린 제품으로 낙점됐다. 그동안 이전 모델 그랜저HG에 메인 타이어를 공급한 한국타이어가 자리를 뺏긴 모양으로 부각됐지만 실상은 한국타이어도 LPG 차량에 18인치 타이어를 공급하고 19인치에도 납품하는 것이다.
◆냉기류? 양사 모두 손사래=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공급 탈락 배경으로 2014년 '제네시스'에 장착한 한국타이어가 한쪽만 마모되는 현상이 일어나 진동ㆍ소음이 발생한 사건을 꼽고 있다. 소비자 항의가 이어지자 현대차는 수입산 타이어로 교체를 해줬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놓고 양사 큰 이견이 있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양사간 갈등에 대해 현대차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글로벌 기업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도 같은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여전히 현대기아차는 한국타이어에 가장 중요한 완성차 브랜드"라며 "회사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로부터 나오는 매출은 8%로 꾸준하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최근 3년간 전체 매출에서 8% 정도를 현대기아차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매출이 6조626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에서 5300억원을 번 셈이다. 한국타이어 측은 "글로벌 업체 중에서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이 오해 불러=현대기아차는 최근 몇 년 새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자 브랜드 제네시스를 탄생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차량 품질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외부 납품목인 타이어 역시 품질 확보를 위해선 중요하게 떠오른 것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상위 트림에 적용할 타이어로 수입산 타이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다만 이런 결정으로 그 자리를 지켰던 한국타이어의 명단이 빠지게 되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한국타이어도 현대기아차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매출처를 다변화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있는데요 2015년 슈퍼카 포르쉐의 SUV 스포츠카 마칸, 2016년 BMW 뉴 7시리즈 등에 납품을 했다. 최근엔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GLC와 GLC쿠페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번 일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선 갑을관계 논란이라기보다 성장통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공생하던 두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각자도생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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