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283명 유방암 치료 후 환자 설문조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여성에게 유방암은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신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상처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 기술이 높아지면서 유방암을 극복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유방암 치료 이후 심리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년 동안 매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게 끝나니까, 뭔가 할 일이 딱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집에서는 아프다고 다들 배려해주는데 당사자인 저는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통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51세 유방암 환자 김 씨의 말입니다. 김 씨처럼 유방암 치료를 마쳤는데 여전히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는 암환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마음 건강에도 관심이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방암 환자(283명) 중 14.5%(41명)는 자신의 현재 삶을 평가하면서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행복하다'고 답한 43.8%(124명)을 더하면 절반이 넘는 환자가 암으로 불행을 떨쳐내고 새 삶을 찾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행복감을 느낀 환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삶의 질(Quality of Life) 또한 67.6점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들(49.6점)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신체, 감정, 인지, 사회 기능 등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 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암 치료 후 환자들이 흔히 겪는 피로, 통증, 불면 등의 증상들 역시 행복하다고 답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적었습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행복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했고(27.2% vs. 11.9%), 삶의 목적(22.4% vs. 9.3%) 또한 분명했습니다. 유방암 치료 후 '행복하다'고 느끼면 주관적 삶의 질이 높아지고 암 치료 후 겪는 통증도 덜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최근 12개월 내 유방암 치료를 마친 환자 283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감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측면의 관계를 밝혔습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8.5세로 중년 이후 찾아온 유방암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치료 후 삶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조주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암을 진단받으면 여러 걱정들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삶의 목적이나 희망을 잃기 쉽다"며 "치료를 마치고 난 뒤에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행복한 환자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는 "환자들이 삶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희망을 가질 때 더 행복한 일상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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