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시금융상황 회의서 '안정적' 진단
자영업·상호금융 대출엔 '경계심'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1344조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내달 환율조작국 지정'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곳곳에 암초가 산적한 가운데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와 가계부채의 위험도에 대해서도 일단은 낙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과 상호금융 대출 등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첫 거시금융상황 안정회의를 열고 이같이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부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이는 대신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를 연 4회로 열기로 했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허진호 부총재보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한 가운데 가계신용이 급증하고 취약업종 대기업의 잠재리스크가 상승하면서 금융 리스크는 다소 증대됐다"며 "그럼에도 복원력과 대내외 충격 감내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했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지수'도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작년 8월 이후 금융안정지수 수준은 점차 상승하고 주의단계(8)을 하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지수는 6.8로 나타났다.
단 과도한 금융 팽창으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생기는 것에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금융과 실물경제 간 괴리를 금융리스크로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허 부총재보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가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에 대해 집중 점검할 필요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1344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한은이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어섰다는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인용하며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모라는 지적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과 건전성과 상호금융 가계대출을 주목했다. 한은이 파악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만큼 향후 시장금리 인상시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3.5%(34조4000억원) 늘어난 28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이 역시 취약차주 비중이 높아 금리인상에 취약하다. 신호순 한은금융안정국장은 "신용시장에서 가계신용이 빠르게 증가해 취약 계층 부채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취약 계층 채무 부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달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방향을 다소 선회한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한국이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정)가능성은 낮지만 조작국으로 지정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시장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자금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 한은은 가능성이 낮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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