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낮지만 경기변동에 민감…소매업·음식점업 경영부진"
생계형 가구 보유 대출비중 10% 육박…연체경험률 높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한국은행이 파악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48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구당 부채 규모가 상용근로자의 1.5배에 달하는데다 경기변동에 취약해 향후 금리인상에 따라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3월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약 100만 차주 규모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대출 차주를 자영업자로 식별해 이들이 가진 사업자·가계대출을 자영업자 대출로 추정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 사업자대출은 308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71조5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금융권별로는 은행 347조2000억원, 비은행이 133조원으로 구성됐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이 전체의 39.3%, 도소매업이 15.7%, 음식숙박업 9.8%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임대업 자영업자가 사업자대출을, 사업 규모와 담보물건이 영세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자영업자는 가계대출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을 못낸 연체율은 수치상로만 보면 양호한 수준이다.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2%로 가장 낮고, 소매업(0.4%), 음식점업(0.4%), 제조업(0.5%)의 연체율은 자영업자 평균(0.3%)을 웃돌았지만, 동일 업종의 중소법인대출보다는 낮았다. 중소법인대출의 연체률은 0.8%로, 부동산입대업은 0.3%, 제조업은 1.0%, 소매업은 0.6%, 음식점업은 0.5% 등이다.
하지만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 대출의 특성을 감안해 경영여건과 채무상환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매출감소와 폐업고려 업체의 비중이 각각 66.0%, 42.4%로 경영여건이 부진하다. 또 사업기간이 5년 미만인 업체 비중이 각각 55.9%, 66.8%로 평균(51.0%)을 상회한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연체율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가게 된다면 소매업, 음식업종 차주는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1억1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7700만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이에 채무상환부담을 의미하는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LTI)과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각각 181.9%, 41.9%로, 상용근로자의 119.5%, 30.5%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1년간 30일 이상 연체 경험가구 비중(4.9%)이 상용근로자(1.7%)보다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종별 채무상환부담은 부동산임대업이 더 높았지만 연체경험 비중은 타 업종에 비해 낮았다. 고신용 차주비중이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어서다.
부동산임대업의 부채규모는 1억9600만원으로, 소매업(1억200만원), 음식점업(1억1300만원)보다 컸다. LTI는 228.3%로, 소매업(173.2%), 음식점업(192.6%)을 상회했다. 하지만 30일이상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의 비중은 부동산입대업이 2.4%로, 소매업(8.6%), 음식점업(6.4%), 제조업(5.5%)에 비해 낮았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 중 소득 하위 40%인 생계형 가구가 보유한 대출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26.7%), 소매업(21.6%)에서 생계형 가구의 비중이 높았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평균 부채규모는 4700만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30일 이상 연체 경험 가구 비중은 9.8%로 비생계형(3.4%)에 비해 높았다.
한편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 12회에서 올해부터 8회로 주기를 조정하면서 나머지 4회를 거시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로 진행한다. 3월, 9월 회의에서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분석한 내용을 보고, 6월,12월에는 국회에 제출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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