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불가피, 은행권 셈법 복잡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채권자인 시중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 졌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6000억원 이상의 추가 충당금이 필요한 만큼 은행권이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서민부담 가중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회생방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3월 현재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농협 등 시중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2조6365억원이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8669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KEB하나(7726억원), 신한(3026억원), 국민(5115억원) 우리(2070억원) 순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시중은행의 출자전환 대상은 신용 대출이 대부분인 무담보채권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무담보채권 규모를 7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안을 보면,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채권의 80%인 580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20%의 무담보채권은 만기를 연장한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36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이미 쌓았다. 전체 익스포저의 12%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놓고 있다. 요주의로 분류하면 7~19%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당장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보유 가치는 '1원'이다. 정부의 '실탄'이 지원되더라도 당분간 주식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출자전환에 따른 시중은행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 3%대가 넘는 이자수익도 출자전환에 따라 포기해야 한다.
이번 지원으로 시중은행의 BIS 비율은 0.01~0.2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채무조정시 64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국내 은행권의 실적악화와 대외 신용등급 하락은 조달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은행권이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는 우려다.
오정근 건국대 IT 금융학부 특임교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이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다는 것은 은행권의 수익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결국 은행권은 떨어진 수익을 개인 고객으로부터 충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가계부채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은행권과 금융소비자 모두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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