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범 밀도 셰프
식빵 하나로 기본 대기줄 30~40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그저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던 공대생이었다. 대학동기들이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자동차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같은 손놀림을 쓰는 기술이라도 차보다는 제빵이 좋았다. 시간이 지나도 풍미가 유지되고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빵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심으로 제빵에 몸을 담은 지 벌써 25년째다.
전익범 밀도 셰프는 도쿄제과학교 양과자과를 졸업하고 프랑스파리의 쁘띠 콜롬비아비에 파티시에로 활동, 이후 빵집 '시오코나' 등을 운영하다가 2015년 성수동에 식빵 전문 빵집 '밀도'를 열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간결하다. 수십가지 빵을 나열하기보다 빵 중의 기본인 '식빵'을 중심으로 메뉴를 꾸렸다.
대표메뉴로는 무지방 우유와 청정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담백하고 쫄깃한 '담백식빵'이 있다. 이외 유지방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리치식빵'과 '리치에감자크림치즈식빵', '큐브카레빵', '단호박스콘' 등으로 대부분 소박한 제품들이 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기로 형형색색의 화려한 디저트 빵들이 각광받는 시대에서 제빵 중 가장 기본적이고 심심한 식빵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전 셰프는 "식빵은 매일 접하는 데일리 개념의 빵"이라며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어려운 빵"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행을 쫓기보다는 좋은 재료로 그날의 온도와 습도의 작은 차이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식빵을 만들고 있다"며 "자체 블렌딩을 통해서 차별화된 프리미엄 식빵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르는 이들이 볼 때는 '그까짓 식빵'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식빵을 먹기 위해 매장 앞에는 30~40분씩 긴 줄이 서있곤 한다. 이를 눈여겨 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획사인 '어반라이프'는 지난해 6월 전 셰프를 영입하고 그의 빵집 밀도도 인수했다. 현재 밀도는 성수, 정자점, 가로수길점 등 총 6개 매장이 있다.
전 셰프는 "많은 고객들이 찾다보니 방문한 시간에 원하는 제품이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오랜 시간 줄서서 기다리다보면 많이 불편할텐데도 '그래도 내가 빵이 맛있어서 계속 와요'라고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공한 동네빵집의 귀감이 된 만큼 제빵업을 꿈꾸는 후배들이나 향후 빵집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 셰프는 "무슨 일이든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데 이 시기에 유행하는 다양한 트렌디한 제품을 마냥 좇기만 하면 자신만의 노하우, 배움의 크기가 단단하지 못한 채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의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서 "일정 시간 새순을 틔워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후에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대나무의 '퀀텀리프'처럼, 베이커리 내에서도 특정 분야에 매진해서 스스로의 성장동력, 경쟁력을 갖춘다면 작은 동네빵집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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